한동안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자리에 걸맞지 않은 인성과 행태의 주인공들이 일단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는 동안 탁해진 영혼에 쌓인 피로감을 풀고자 한동안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또다시 나의 턱을 툭 떨어뜨리며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일들이 또다시 내 눈앞에 등장했고 이내 나를 붙들었다.
이건 또 영화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조폭이 저지르는 범죄에 그를 경찰이 수사하는 이야기를 많이 본 것 같다. 기호와 별개로 한국영화에서 워낙 많이 만들어졌으니까. 나아가 검사가 등장하는 것도 많은데 그들 거개가 진정한 엘리트로서의 면모는 없이 엘리트 의식에만 쩔어서 무시무시한 권력을 휘두르는 이야기가 많았다.
영화 '아수라'의 김차인, '더킹'의 한강식, '검사외전'의 우종일, '소수의견'의 홍재덕 등등.
그런데 단순히 '있을 수 있는' 영화속 이야기를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접하다니. 한 개인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협박해서 거짓진술을 얻어내려 하다니. 이건 법기술도 못되는 다만 폭력이고 범죄행위가 아닌가. 총명함에 장래가 촉망되던 이들은 도대체 이런 것들을 어디서 어떻게 배우는 것인가. 이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못된 짓들이 하나의 업무 스킬인 것일까.
밝혀지는 사실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예전에 보았던 영화속 검사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감탄한다. 감독들은 그 구린 것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영화에서 존재할법한 인물들의 악행이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속에 극적 요소들과 함께 깊이있는 연기로 표현될 때 우리는 흠뻑 빠져 감흥을 갖게 되는 것인데, 이것이 현실에 존재해버리면 어떻하나. 이건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지 않을까. 영화가 검사들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묘사하는게 특정직업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니라 검사가 영화의 작품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닐까.
제발 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자들은 영화를 참고하지 말고 교과서에 존재해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