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키우는 소용

어버이날에 안어울리는 어느 '호로자식'의 발칙한 생각

by 대륙의 변방

지구 반대편에 살다보면 무슨무슨 날을 기릴 때면 긴장이 되곤해. 시차때문에 내가 사는 이곳에선 제 날인데 한국에선 이미 날이 하루 넘어가서 자칫 뒷북을 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명절, 부모님 생신, 그리고 범기념일(?)인 어버이날 같은 때. 5월 들어서면서 어버이날을 마음속에 챙겼어. 놓치지 말아야지...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 또렷이 떠오르는 명제가 하나 있음을 보았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들어온 말로 들을 때마다 듣기 좋진 않았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았던 말인데 왜 지금 어버이날에 이렇게 강하게 떠오르는건지 모르겠네. 어버이날에 떠올리기엔 아이러니하고 뭣보다 적절치 않아보이는 말인데... 상당부분 '호로자식스러운' 그런 건데... 뭐냐하면,


자식 키워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나도 자식 낳아 키우며 늙어가는 처지면서도 왜 그 말에 공감이 가기 보다 반감이 들면서 아프지? 그냥 부모님들 할 수 있는 말씀이려니 여길 수도 있는데 말야. 나도 실제로 그래왔고 부모된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인지상정의 감정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 않을까. 평소에 그런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버이날 같은 때엔 더욱 부모님 생각에 울컥해야 마땅한데 나는 왜그럴까. 나는 (어떤) 자식은 키워봐야 정말 소용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걸까?


나는 부모님에게 어떤 소용이 되려고 세상에 태어난 존재일까. 소용여부를 따지지 않는, 나는 그냥 나일 수 없는건가.


특히 어버이날 자기 생각을 하고 앉아 있으니까 울엄니 말씀이 다 맞는지도 모르겠어. 뼈빠지게 자식 키워놨더니 어버이날 한다는 생각이 뭐? 인정!


내일 모레는 이곳 캐나다에서 'Mother's Day'랴.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합해서 '어버이'로 묶은것과 달리 여기는 어머니 아버지날을 따로 기리더라고. 선물사라는 광고같은데 보면 어머니날엔 선물리스트가 주로 주월리나 패션 같은 주로 예쁜 것들이라면 아버지날엔 무슨 공구들이야. 흐흐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이 이역만리에서 살고있는 것만으로도 '부모 버리고 떠난 자식'인데다 이런 발칙한 생각이나 하는 나는 이미 '호로자식'스러움이 농후하니 자식으로선 뭐 더 할 말 없는 사람인것 같아.

대신 어미로서의 나를 잘 다듬어갈 일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 싶어. 우선 난 절대 그들의 '소용'을 입에 담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어. 사실 그들은 아무 사정도 안했고 동의도 안한채, 그리고 나의 '어미됨'의 자질을 검토도 안하고 턱 세상에 나와보니 이 여인이 내 어미야 하는 상황, 그거 아니었냐고. 사실 내가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미지였을 그들을 위한게 아니잖아. 그냥 내 인생의 그림에 아이가 필요해서였던게 아니냐고. 그럼 그냥 그 자체로 고맙고 기뻐야 마땅하지 않을까. 왜 나보다 더 훌륭한 모습으로 나를 빛나게 해주길 바라냐고. 나의 못난 부분을 채워주길 바라냐고. 그들의 여러가지 조건으로 가능하다면 힘닿는 한 도울뿐. 평범함 인간인지라 말처럼 쉬운거 아니라는거 잘 아니까 굳이 다짐까지 하는거라는거 눈치챘지?


아, 정말 그래야겠어. 딱 이렇게 마음을 먹고 이 녀석들을 대해야겠어. 이 녀석들이 며칠 후 Mother's day인걸 알고나 있나 하면서 살피는 일부터 당장 그만두고 말이지. 하하

그리고 말해야겠어. 단 속으로만. 넘 오글거리잖아.

나의 뭘 믿고 날 어미삼아 태어났나 싶은, '웬수'의 모습으로 내게로 와서 날마다 날 시험에 들게 하는 소중한 보물들이여,


너희들은 '소용'이 없다. 너희들은 그 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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