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서 관람한 반도의 영화

by 대륙의 변방

머나먼 북미 대륙땅에서 살면서 아쉬운게 뭔지 알아? 바로 한국영화야. 한때는 한국영화를 일컬을 때면 꼭 '방화'라는 말을 썼던 기억이 나. 토론토의 한 영화관에서 가끔 한국영화를 상영하곤 했어. '신과함께'와 '인천상륙작전'을 원정관람했었지. 그곳에서 한국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특별한 나들이가 될 수밖에 없어. 작품이 무엇인가는 크게 가리지 않아. 그러다가 얼마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생충'은 인근 도시 여러 곳에서도 상영이 된 걸로 알고있고.


전세계적으로 영화관이 문을 닫았다가 최근에 열기 시작했잖아. 울동네 극장도 그랬는데 딱히 관심이 가진 않았다가 바로 최근에 '반도'라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걸 알게됐지 뭐야. 아, 어떻게 토론토가 아닌 작은 한적한 도시에서 'made in 반도' 영화를 상영하기도 하네? 하는 마음에 와락 반갑더라고.

그런데 나는 '반도'라는 영화 소식을 알았을 때부터 남다른 관심이 있었어. 부산행 속편이라서가 아니라 순전히 제목때문에. 반도. 그 단어에 친숙한 사연이 있거든. 내가 소싯적 대학생 때 몸담았던 동아리 이름이 반도였거든. 왠지 비장하면서 소위 피끓는 청춘들의 '의식화'된 '불순'(?)한 냄새가 살짝 풍기지 않아? 흐흐.

사실 반도라는게 대륙에 붙은 쪼매난 땅덩어리를 일컫는 말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바다위에 띄엄띄엄 떠있는 섬나라보다는 낫잖아? 만약에 영화제목이 '섬', 이래봐. 간지가 나겠냐고. 영화제목이 섬 그러면 왠지 엄마가 아기 재워놓고 굴 따러 가는 이야기일거 같지 않냐고. 설정이야 뭐 그 '반도'가 좀비로 인해 초토화 되었다는 거지만 말야. 암튼.


'대륙'의 극장에서 '반도'의 영화를 자막 안봐도 되고 '네이티브'로서 관람한다는게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겪어본 사람만이 알걸?

반도 현지에서는 평이 썩 좋지는 않다면서? 대체로 전편보다는 못하다고 하는가본데. 나는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즐길만했어. 어떤 상황에서나 결국 스스로 파멸시키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느꼈어. 다같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다른 인간의 고통을 통해 추악한 쾌락을 추구하려는 욕망, 돈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전통적인' 욕망, 남을 이용해서라도 내 만족을 쟁취하겠다는 욕망따위.


그리고 별로 잘 몰랐던 또 한사람의 반도의 배우, 강동원을 알게된 수확이 있었지. 하하하

모쪼록 완성도 높은 반도의 영화들이 오대양 육대주에서 승승장구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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