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산들 어떠리 캐나다에 산들 어떠리 그 분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반갑지 않은 손님
어느날 이유없이 불안불안 안절부절 심상찮은 기분이 들더니
아, 올것이 오고야 말았네.
그분의 돌연 잠적에 찾아나서는대신
남몰래 안도의 행복감을 즐긴 죄값을 치르려는가.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아마 이런 것이리라.
가슴속에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이 느낌.
아, 애별리고 원증회고의 괴로움을 이 생에 또다시.
처음 소식이 없을 땐 그냥 우연이겠거니,
계속되는 무소식에 감히 기쁜 심정을 드러내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는데,
어느해인가 너무 지긋지긋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퍼부었던 저주의 말에
이젠 내게 정을 떼고 아예 떠나버렸나보다 했었건만,
그래도 알게된지 몇 해인데 그리 쉽게 발길을 끊을 수 있으랴 하는 마음에
지난 몇 해 동안 소식이 없어 설마설마 긴가민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가슴 태우던 날이 몇날이더냐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면서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어느새 아침 저녁 선듯선듯해진 기운에 옷깃을 여밀무렵 문득 떠오르곤 하던 그분.
결코 그리움이라 부를 순 없으리.
이 생을 사는동안 치러 갚아야 할 세세생생의 업보런가
체념하고 받아들이던중 어느 순간 그분의 부재가 믿기지 않았음이리라.
차라리 잘 되었다 반기며 이대로 나를 영영 찾지 말아주었으면 하고 가슴을 졸이며
영원히 내 앞에서 사라지라 사라지라
속으로 빌고 또 빌며 애타게 바란 날이 몇날이더냐
아 이제나 저제나 두려움에 떨다 이젠 정말 나를 완전히 잊었나보다 여긴채
나도 이젠 그분과의 악연을 깨끗이 지우리라 확신에 찬 기쁨에
막 살맛이 나려던 참이었는데
나고 자란 땅을 등지고 이 먼 캐나다까지 와서 이제야 한번 사람답게 살아보겠노라
굳게 새마음 먹은 나를 가여이 여기셨나보다 여기며,
혹시 너무 멀어 못찾아오시는거라 여겨 그또한 고거 쌤통이다 희희낙락하였도다
아, 하늘아래 천국이 있을쏘냐
한국이든 캐나다든 그 어디라도 그분 없는 곳에서 발 뻗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곳
그 곳이 내겐 천국이리
한국에 산들 어떠하랴 캐나다에 산들 어떠하랴
그분 없이 살 수만 있다면
해마다 가을이면 내 마음속 이 깊은 시름을 세상 사람 그 누가 알리요.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이기 싫은 나만의 아픔.
남몰래 흐르는, 아 남몰래 흐르는.... 나의 이...
흐르면 행여 누가 볼새라 닦아내고 또 흐르면 얼른 또 닦아내어
붉게 짓물러 쓰린 상처 내 마음만은 못하리.
힘을 길러 끝내 내 힘으로 물리쳐보려 하다가 힘에 부칠 때면,
한국에선 지르텍 한방이면 그분이 쫓겨가셨는데
이 곳 캐나다에선 그 무엇이 지긋지긋하신 그분을 몰아낼 수 있을까
나는 모르네 정녕코 모르네 이 고통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녕코 반갑지 않은 손님,
나의 오랜 지병 알러지 비염.
플리즈 플리즈 고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