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과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드리는 사과를 보고

by 대륙의 변방

나는 '설민석'이란 이름을 내 아이들을 통해 알게됐었어. 영상이 책보다 친숙하고 끌리는 세대가 못내 아쉬운거 내가 꼰대세대라는 반증일까? 솔직히는 그렇게 생각안해. 영상이 할 일과 책이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녀석들은 한국사의 대부분을 아니 전부를 이 '설쌤'에게 맡겼더라고. 조선왕조실록 등의 이야기를 그이에게 들었노라 언급할 때면 꼭 한마디씩 덧붙이곤 했지. 왕조 이야기가 역사의 전부는 아니라며. 그러고보니 내가 봐도 다분히 꼰대스럽네. 그러곤 한발 더 나가서 세계사에도 관심을 가져보라고도 했어. 아이들로 하여금 내심 결심을 하게 만들었을지도 몰라. 엄마앞에선 말을 말자...하고 말이야.


내가 고사성어나 속담같은데에 관심이 참 많아. 참 재밌지 않아? 삶을 담아내면서 표현상 적절하기가 무지 탁월하잖아. 그래서 모국어의 깊은 표현력이 딸리는 녀석들에게 고사성어를 많이 들먹이는 편이지. 그랬는데 무심히 들어넘기던 이 '설쌤'은 고사성어에 관한 책도 펴냈더라고. 또 최근에 기사로 접한 건데 세계사를 강의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었고. 완전 팔방미인? 또는 마당발이네? 하던차에 그쪽 분야 전문가인 학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오류를 지적받고 비판받았다는 기사를 접했어.


방송사측에선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고.

"방대한 고대사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방송 시간에 맞춰 압축 편집하다 보니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결과물을 송출했다."

그런데 말야. 내가 눈여겨 본 것은 이중 한 대목이었어.

바로 이 부분, "불편하셨을 모든 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


'불편하셨을 분'만 문제가 될까. 제작진 입장에서야 잘못된 걸 알아봐서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물론 신경쓰이겠지만 이들이 피해를 보진 않을거 아냐. 문제는 이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있을거 아니냐고. 이게 전혀 불편하지 않은 '어린 백셩'같은 시청자들 말야. 특유의 재밌는 입담과 함께 풀어내는 이야기로 접하는 세계사가 그들에게 쏙쏙 스며들거 아니냐고. 나도 방송을 보지 않아서 그렇지 나도 봤으면 그대로 내안에 세계사의 한 자락을 캡처해서 저장했을걸 아마. 물론 내 경우는 뇌기능의 연로함으로 인한 쇠퇴함 탓에 금방 날아가버릴테니까 문제가 안돼요. 그런데 아직 신선도가 한창인 젊은 뇌들은 오류가 있는 내용을 접한후 '애프터 서비스'나 '리콜'도 못받은채 세계사의 한 대목을 방송내용대로 보유한채 살아갈거 아니냐고.


책보다 방송이 무서운게 그런 이유 아니겠어? 요즘 세상에 자고나면 생산되는 그 수많은 '논란'들도 하나같이 책보다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 아니냐고. 발없는 말이 수정할새 없이 천리를 가버리니 문제지. 요즘처럼 시끄러운 세상에 가장 끌리는 말이 뭔지 알아?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울 아이들의 속내가 딱 이럴지도 몰라.

(내가 지금 하는) 말로써 (엄마의) 말이 많으니 (아예 내) 말을 말을까 하노라...

닥쳐야지 이 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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