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으면 화양연화, 걷히면 막장드라마
아유~ 이게 얼마만이야. 우리 속담에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라고 하지만 그건 순 속담 얘기지 여기 브런치 동네 애기는 아닐거야. 그치? 날마다 드는 사람은 쏟아지고 그중에도 눈길을 끌고 많은 구독자들을 싹 끌어모으는 사람은 두드러져도 나처럼 나는 자리가 표가 나기나 하나 말이지. 쥐도 모르고 새도 모를 일이지. 요는, 글 쓴지 엄청 오랜만이란 야그야.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가 떠올랐는데 차마 그렇게는 못쓰겠는거라. 이즘엔 눈쌀마저 찌푸려지는 아날로그 수사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지.
각설하고, 한동안 뜸하다 왠 바람이 불었냐고? 왜긴 왜겠어. 수다가 고파서지. 해외에 살다보면 말이지 어떨땐 한국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밀착해서 -이 뜻은 높은 빈도를 의미해- 접하다가 어떨 땐 조금 띄엄띄엄 접하다가 그러게 되거든. 그런데 요즘 내가 요건 좀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줘야겠다 싶은 '껀'이 하나 있어. 바로 화천대유 사건. 인터넷 신문을 쓱 훑어볼 때 난 뭔 중국의 뭐시기인줄 알았어. 느낌이 확 그렇잖아? 하긴 한자로 된 사자성어이니 그럴만도 하지만서도.
화천대유. 뜻인즉슨,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라면서? 참 스케일 한번 크지? 누가 지었는지 한학에 일가견 있으신 분인가봐. 해마다 연말이면 대학교수들이 한 해를 집약해서 설명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잖아. 내겐 대부분이 첨 듣고 난이도도 높은 것들이었다고 기억해. 올해의 사자성어 뽑으시는 교수님들 올해에 영 딸리시면 이거 그냥 갖다 쓰셔도 될 것 같지않아? 물론 따옴표를 붙여서. 근데 뭐, 지금까지 보아하니 순 돈잔치 아니야? 하늘의 도움으로 돈을 얻는다 아니냐고. 지금 반도의 남녘에선 돈이 곧 천하이니 말이야.
사자성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한참전에 울딸래미 한창 '아미'쩍에, 얘가 무슨 BTS 앨범인가를 샀는데 얼핏 보니 '화양연화'라고 쓰여있는거야. 화양연화? 하면 '아미'는 BTS를 떠올리겠지만 그의 어미는 '양조위'를 떠올리지 않겠어? 사실 예전에 영화를 보고 양조위에 깊은 감화를 받은터이지만 그 뜻은 새기지를 못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랴. 오히려 화양연화의 원조(?)라고 뻐시지도 못하게 비로소 그 뜻을 딸래미에게 들어서 알게됐다는 부끄러운 진실을 고백하는 바이야.
먹고사느라고 화양연화도 잊고 양조위도 희미해지던 지난 늦여름에 말이지. 오랜만에 녀석들과 멀리 '읍내' 토론토에 원정을 가지 않았겠어? 여름에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를 극장에서 보러 말이지. 가끔 한국영화가 본토에서와 엇비슷한 시기에 이곳에서도 극장 개봉하는 일이 가끔 있거든. 그럴땐 우리에게는 특별한 외출이 되는셈이야. 영화보기전 근처에서 짜장면과 탕수육도 필수코스고.
그때 설레고 부푼 가슴을 안고 극장안에 들어서서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 앉은 잠시후, 내가 좋아하는 예고편 시간이 돌아왔어. 예이~ 짝짝짝... 내겐 보면보고 말면마는 마블영화를 하더군. 처음으로 아시안 배우가 주연인 어쩌고 하는 소개를 본적이 있던. 그정도 배경지식이었던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지. 응? 저..저.. 양조위?!
딸래미 꾹꾹 찔러 낮게 소리쳤어. 양조위...물음표 찍힌 표정의 딸래미에게 다시한번 말했지. 화양연화...
그래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표정이었어. 모가디슈가 시작됐고 몰입했고 만족감에 충만해서 극장을 나오는동안 까먹었어.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고 말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내미가 그 마블영화를 보러갔다 왔어. 그때 다시 생각이 나서 물었지. 양조위 나오는거 맞지? 주인공 히어로가 아닌 인물이니 얘가 또 알게뭐겠어. 아, 그 안성기 닮은 배우 말이야? 안성기, 닮았...나? 그러고나서 인터넷 뉴스들에서 그러더라. 나처럼 중년 여인들 사이에서 양조위 추억하는 바람이 부노라는. 흐흐. 나는 내심 마음먹었지. 늦여름 극장 예고편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친 잠깐의 설레임으로 남겠다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그도 늙어가면서 살짝 내게 모습을 보여주었듯 나도 이 머나먼 이역만리에서 늙어가던중 그의 모습을 만났다고, 그래서 기뻤다고. 흐흐흐 어머어머 몰라몰라 주책주책.
아무 연관성없는 두 사자성어를 놓고 알맹이 없는 수다를 이래 길레 떨어버렸지 모야. 가만, 연관성이 아주 없지도 않지 뭐. 어찌보면 '화천대유'의 '화양연화' 이야기 아니겠어? 결국은 딴나라 세상의 그들만의 돈잔치같은 이야기를 우리는 구경하며 허탈하게 혀를 차고 있는 거잖아. 에휴... 지구 반대편에서 햄스터 꼬리만한 외화벌이에 땀흘리는 재외국민 힘빠져요...
화천대유 사건을 다 파헤치면 한편의 냄새나는 막장 드라마일거 같지않아? 덮혀있을 때야 그들만의 화양연화겠지만 드러나면 막장 드라마 아니겠냐고. 그것을 우리의 류승완 감독이 잘 각색해서 영화 '화천대유'로 만든다면, 난 또 기꺼이 '읍내'까지 원정관람 갈 용의 있는데... 흐흐. 우리 속담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 했나? 뭐가 뭔지 꿍꿍이가 얼키고 설킨 그 세계의 돈이 판치는 굿판을 구경하다 보면 말이야. 떡구경은 당췌 하지도 못했는데도 가슴에 체기가 확~ 느껴지는게...
에유, 간만에 수다떤다고 그냥 공연히 여기갔다 저기갔다 한 느낌이네. 아우 이 수습이 안되는 느낌 이걸 어쩌지? 마지막에 자작 사자성어로 마무리할까 해.
음...갱.년.주.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