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새 해 혈압상승 유발자, 그놈의 차이니즈 뉴 이어
음력 설을 앞둔 어느날, 자다가 문득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려운 시간에 난 그놈의 '차이니즈 뉴 이어'가 떠올라 가슴이 두근댔었다. 작년 설에 직장의 매니저급의 한 사람이 올린 게시물 때문에 열받았던 기억 말이다.
나는 해외에 나가 살면 다 애국자 된다는 설과도 거리가 먼 사람이고 내 아들놈같은 '혐중'사상도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차이니즈 뉴 이어'란 말만 들으면 피가 머리쪽으로 몰리는 신체증상을 경험하는 사람. 왜냐, 그건 틀린 말이니까. 말뿐 아니라 생각자체가 틀려먹었으니까.
그런데 작년 음력 설 무렵, 사내 온라인망에 음력 설 지내는 사람들에게 축하한다며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는 2월 몇 일은 '차이니즈 뉴 이어' 또는 '춘절'이에용.
이 명절을 쇠는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폴, 필리핀에서 온 직원들꼐 행운을 빌어용
올 해는 '중국 점성술'로 소띠해에용.
왜 이날을 새 해로 치냐면 음력 달력에 의해 우짜고 저짜고...
이때가 되면 이런 인사들을 나눠용. 꽁헤이팟차이, 신난콰이러...
순간 머리쪽으로 몰린 혈류가 느껴지며 열받아 뜨끈해진 기운을 길게 콧김으로 빼내며 결심을 했다. 아, 안되겠네 한마디 해야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아 한국도 빼버렸다 이거지? 해서 점잖게 댓글을 달았다. 그 말은 틀린 말이라고. 진정한 '다문화'(multicultrualism)은 각자 고유의 문화를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지 어느 특정문화에 다수를 때려넣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음력 설을 쇠는 나라들은 각자의 언어로 인사를 나누며 각자 다른 전통 풍습으로 명절을 기린다고. 고로 차이니즈 뉴 이어는 틀린 말이고 '음력설'이 맞는 말이라고.
난 그사람이 그것을 보고 미처 헤아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줄 알았다. 댓글을 올리고 가까운 시일내에 마주칠 일이 있었다. 마주친 건지 나를 찾아온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내게 할 말이 있는듯 다가와서 그가 말했다.
"그거, 잘못된게 있으면 나한테만 말할 일이지 전체에다 한 건 좀... 경영진들이 나보고 너하고 괜찮은거냐고 묻잖아...' 앗 예상에 완전 빗나가는 반응이었다. 난 너 엿먹으려고 한게 아니고 다만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다같이 공유하기 위해 그런거다... 그 사람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 나는 떠올랐다. 그는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하고 가버렸다는걸.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또 음력설이 다가올 무렵에 그때 생각이 나면서 이 인간이 또 같은 식으로 게시물을 올리면 어떡하지? 생각하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는 한심한 밤을 보낸거다.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혼자서 걱정하고 있다며 자책하고 떨어버리고 몇 날이 지났다. 음력 설이 코 앞에 다가올 때까지 아무 행동도 안하길래 나는 속으로 외쳤다. 제발 가만 있어다오. 걍 암말 하지 말고 걍 무관심해다오. 너 혹시 작년같이 하면 내 맘이 상하니 걍 패스 플리즈... 전날까지도 그 사람은 가만있었다. 그래 평상심으로 가자...하는...데,
1월31일 오후, 앱을 열자마자 붉은 호랑이 머리 사진이 떡 하니 보인다. 올 것이 오고말았구나. 마음을 단단이 먹고 제목에 시선을 주었다. 조심조심 실눈을 뜨고보니...
Happy New (Lunar) Year! 오예~~~ 그래 네가 그 정도는 되는 인간이구나. 음...잘 했어. 그리고 고마워~ 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본문을 내려보니, 세상에 간판만 바꿔 단,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떡하니 있네. 고대로. 소가 호랑이가 되고 2021이 +1만 해서. 어쩜...
순간, 낙담하는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술렁임들. 걍 외면할까? 작년에 기껏 했는데 왜 전체에다 댓글을 달았냐고 가볍게 항의하더니 이따위로? 차이니즈 뉴 이어가 아니라고 우겨대니까 많이 봐줘서 제목만 살짝 바꾸고 이럼 된거지 뭘 더 바래 하는 속셈이 보여 열이 거세게 상류를 향해 올라옴을 느꼈다. 내심 갈등이 일었다. '걍 무시해 그쯤되면 그렇게 살으라 그래 vs 내 이걸 그냥 확'의 싸움. 그래그래 넌 가르쳐줘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지? 아니면 아시안 나부랑이들 아무러면 어때! 그게그거지 인지도 모를일이고. 걍 그렇게 살다 죽을 인간...
그러다가 아니지, 처음이라면 몰라도 내가 작년에 지적을 했는데 엉뚱한 항의만 하더니 이따위로 하는거 좀 봐. '내 이걸 그냥 확'의 판정승. 분기탱천! 네가 얍삽하게 '복붙'을 하며 마치 다문화를 존중하는 척 생색을 냈다 이거지. 나도 작년에 써둔 파일이 어딘가 있을거다 이거야. 나도 '복붙' 못할줄 아냐? 나는 좀 더 성의를 기울여 작년꺼를 근간으로 '버전업'하기로 했다.
오케이, 제2라운드 가보자고. 드루와 드루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