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심호흡을 하고 앱에 접속해 게시물을 클릭했다. 자세히 보니 그 붉은 호랑이 대가리는 호랑이를 둘러싸고 온통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등이 잔뜩 있어서 전체가 붉게 보인 것이었다. 모든게 철저히 중국풍이군. 이 인간의 무지는 도대체 끝이 어딘지. 좋아, 시작해보자.
내가 작년과 똑같은 게시물을 올 해 또 읽게 될 줄이야. 아울러 그에 대해 내가 똑같은 댓글을 또 쓰게 되다니 믿기 어려운 노릇이다. 너는 내가 작년에 쓴 것을 기억못하는게 틀림없네. 음력 새 해를 '차이니즈 뉴 이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거라 말했었잖아. 그래, 넌 제목은 고쳤더라. 그런데 본문은 작년에 내가 본 것을 '복붙' 했던데? 내가 타인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고 일러줬는데도 말이야.
자, 뭐하나 물어보자. 애초에 '차이니즈 뉴 이어'를 축하하니 어쩌니 하는 글을 올린 목적이 뭐니? 네가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고 '다문화'를 수용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거야? 그게 진짜라면, 내가 너에게 박수를 쳐주었을거야. 하지만 내가 보니 그거 진정성이 없음이 판명됐네. 왜냐하면 내가 작년에 너에게 일러주며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올 해 또 똑같은 무신경을 반복하는걸 보면 말이야.
나를 열받게 한 게 뭔지 알려줄게. 나또한 음력 새 해 쇠는 사람이거든. 근데 네가 음력 쇠는 나라에서 온 직원들에게 축하한답시고 늘어놓은 나라들에 나는 빠져있어. 행여 내가 유치하다고 여기지 않기 바라. 요지는, 혹시라도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세심히 살필만큼 진정성이 없다면 아예 하덜 말라는거야.
네가 음력 새 해를 '차이니즈 뉴 이어' 라고 말하는 걸 보니 너는 '아시아=중국'이라고 인식하고 있는거 같네. 그들에겐 음력 새 해를 쇠는 각기 다른 각자의 방식이 있을거란다. 네 글 끝부분에 있는 '신니엔콰이르' 어쩌고 하는 인사말들은 중국에서만 쓰는 말이란다. 비중국인들은 이해조차 못해요.
내 생각엔, 진정한 '다문화'란 그들 각자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지 네가 한 것처럼 특정의 문화에 비슷할거라 짐작되는 다른 것들을 그 아래다 우겨넣어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고 봐. 그런데 너는 '중국 사람들과 극동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란 표현도 했더라. 자 이해하기 쉽게 말해볼까. 내가 만일 '미국 사람들과 북미의 기타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거나 '백인=미국인' 이렇게 말하면 너는 괜찮겠니?
끝으로 말해둘게 있어. 분명히 말하는데, 네가 작년에 그렇게 느낀 것처럼 이건 너를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야. 내가 공개적으로 이 댓글을 다는 이유는, 너처럼 '차이니즈 뉴 이어'라고 악의없이 잘못 쓰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거고 나와같이 그 말이 기분나쁜 사람들을 대신해서 말하는 것뿐이야.
나는 다만 다문화에 대한 무지로 아무 의도는 없지만 저지르기 쉬운 부주의하고 무신경함에 대해서 다들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어.
써놓고 이걸 몇 번이나 읽어봤는지 모른다. 다른 언어로 전달하는 데에서 언어적인 부분의 오류말고도 나역시 저지를 수 있는 부주의, 무신경이 내게는 없을지 살피느라. 쓰는데도 오래 걸렸고 살피는데도 오래 걸렸다. 한밤중에 그 짓을 하고 나니 모든 것이 조용하다. 내 공간도 조용한데, 내 심장만이 소리마저 들리는듯 역동적이다. 글이 올라간 온라인 공간도 조용하다.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