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에서
'임원엄마'가 사라진다면

말많고 탈많은 엄마들의 비공식 사조직

by 대륙의 변방


한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보고 느낀 점이라고는 하나, 두 경우 모두 속속들이 안다고 할 수는 없을테니 혼자만 모르고 하는 소리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음을 미리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일단, 캐나다 학교는 학급에 반장이 없다.(이것도 주마다 다른건 아닐까 싶지만) 반장이 없으니 당연히 뭐가 없을까. 부반장이 없겠다고? 땡~ 캐나다엔 '반장엄마'가 없다! 나아가서 전교회장도 없다. 따라서 뭐가 없다? 빙고~ '회장 어머님'이 안계신다.


한국 학교에선 3월에 학년이 시작되면 학급 담임교사가 아이들 이름을 전부 외우기도 전에 학급 임원 선거를 한다. 반장 부반장 회장 부회장 등등 남녀 도합하면 한 대여섯은 되는것 같다. 한 한급의 1/4 정도는 임원이 되는셈인데, 이들이 감투하나씩 안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즉각 발빠르게 꾸려지는 모임이 하나 있다. 바로 각 임원 꼬맹이들의 배후에 하나씩 있게 마련인 엄마들의 비공식적 사조직.


일단 이 '임원엄마들'이 먼저 식사를 하며 회동을 하고 대표엄마에 의해 반전체의 모임이 추진된다.

'담임선생님을 보필하며 타학급에 꿀리지 않는 학급운영에의 보이지 않는 서포트'라는 'job description'아래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내역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학년의 경우 학급 청소를 반 엄마들이 할 수 있도록 쉬프트 조직 및 관리.

둘째, 학급 환경미화 추진( + 화분 배치 및 청소도구, 커피 포트나 선풍기 또는 미니냉장고등 선생님을 위한 소형가전 구비)

셋째, 아이들에게 간간히 간식 제공.

넷째, 체육대회나 소풍갈때 선생님을 위한 떡 벌어진 점심 공양 준비

다섯째, 어린이날 아이들 선물 제공

여섯째, 학부모를 비롯한 외부인사가 방문하는 학교 행사시 교실 꽃단장


대략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 바로 '쩐'이다. '반장엄마' 본인의 솔선수범아래 간혹 학급전체 반모임에서 음성적인 펀드레이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부는 기꺼이, 일부는 회의적이나 마지못해. 해당학교나 교육청에서는 표면적으로야 '불법찬조금 절대 금지'라는 입장을 표명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기에 학교측에서도 몸을 사리는 사안이지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특유의 알아서 해석하는 관행 있지 않은가. '말이 그렇지 진짜 그런가...'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사람치고 이들이 주도하는 '반모임'이라는 실체에 마음 편한 이가 있을까. 많은 이들에게 '정보'라는 목마름 때문에 외면하지도 무시하지도 못하는 아주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런지. 이 모임을 다녀와서 제 아이가 사랑스럽게 보이고 커나가는 아이와의 관계를 가꾸어가는데 지혜를 얻으며,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로서의 공통점때문에 일종의 연대감으로 마음이 든든해 진다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고 싶다.


과연 이들이 진정 교육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도움이 되고 있긴한가 하는 의문은 캐나다에 와서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행정상 예산이나 인력구조가 딸려서 부득이하게 비공식적으로 자발적인 volunteer들로 조직된 상설기구를 빌어야 학사행정이 운영되는 형편은 아니라고 본다. 언제부터 생겨나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한모습으로 '봉사자'도 아닌 '후원자'도 아닌 이상한 형태로 당연히 존재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왜 우리는 부모가 선생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커피나 식사를 신경써야 하고 소풍후 목욕까지 신경써야 하는지. 왜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뭘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내 아이뿐 아니라 반 아이들을 다같이 챙겨 먹이는게 왜 나쁘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사실 정이라기 보다 체면치레로 작용하며 '간식 넣기' 경쟁으로 갈뿐 미담도 뭣도 아니라고 본다.


캐나다의 경우, council이 있어서 교장을 비롯 교사들과 학교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기구가 있고, 운영경비는 학급 단위로 한 개인에 의해 '걷어지는'게 아니라 학교자체에 마련되어 있는 공식적인 창구로서 donation이나 fundraising을 통해 참여할 길이 있는것 같다. 캐나다에서 저학년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학교에 청소를 돕겠다고 조를 짜서 교실에 들이닥치거나, 시원한 음료수 드시라고 미니 냉장고를 교실에 놔드리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외부인들이 애들 학교 교실 복도까지 거침없이 들낙거릴 수가 없는데 뭘. 애가 아파서 학교에 빠지거나 병원에 가야해서 일찍 나와야 하거나 출결상황에 관한 일은 모두 선생님이 아닌 '오피스'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의 선생님들이 본인들의 직장 출근 시간이자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시작되는, 곧 '등교지도'가 이루어지는 시간에 학부모로부터 수시로 받는 문자가 몇 개일지 궁금하다.


지금은 모든 관행과 그로인해 파생된 괴이한 문화(?) 행태가 싹 달라졌는데 언제적 얘기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있다. 그렇다면 이 글 나부랭이는 당장 쓰레기가 되면 그만이고 한국의 교육은 희망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싶다. 왜 이 문제에 입에 거품을 물며 썰을 푸는지 이만큼 써놓고 스스로 머쓱해지지만, 과격하게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 교육일선에서 '엄마들'이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확신한다.


'학교 일' 하시는 모든 자모님들께서 일제히 모든 보직(?)을 반납하고, 내부에서 어느정도 권력화된 사조직을 자진해체한 후 '일동~ a step backward!' 를 결행하신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발전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거라 억지부리는 바이다. 엄마들의 불필요한 발걸음과 드센 입김이 사라진 학교 현장에서, 캐나다 학교에서처럼 교장선생님이 몸소 나와 학생들의 안전하교를 지도하는 모습을 그려본다면 너무 생뚱맞은 문화충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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