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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리더십

나는 어떤 리더가 될 수 있을까?

by mingdu

개발팀의 리더는 대부분 개발을 ‘잘하니까’ 리더가 된다. 그러나 ‘잘하는 개발자’와 ‘좋은 리더’는 같지 않다.
개발 업무에 특화된 사람들이 리더로서 팀원들을 이끌고, 타 팀과 협업하거나 문서작업을 하는 일들에 서툴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로 10여 년 일하면서 내가 직접 겪어본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향형 리더

첫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만났던 차장님이 있다. 프로젝트의 주축 업무를 리딩하고 계셨는데, 개발적으로나 팀원들을 챙겨주시는 부분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분이었다. 그러나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항상 트러블이 있었다.

이를 테면,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터무니없는 요건들을 가져오면 그 부분에 대해 맞서 싸우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쓰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 영향으로 업무를 할 때도 늘 지쳐 보이셨다. 결국 고객사와 협업하는 업무를 나에게 이관해 주시고 그 이후부터는 개발 업무에 집중하게 되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다.

"개발 능력도 좋고 자신의 팀원을 잘 이끄는 리더라고 하더라도 협업팀과의 잦은 트러블이 지속된다면 결국 소속된 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커뮤니케이터형

두 번째 회사에서는 지금도 내 롤모델인 파트장님을 만났다. 초반에는 워낙 직설적으로 말씀하셔서 상처받는 일들도 있었는데, 정말 딱 필요한 말을 적재적소에 하셔서 반박하기 어려운 분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기획자의 요건에 고통받고 있을 때면 슈퍼우먼처럼 나타나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교통정리를 해주시고는 했다. 개발이 뛰어난 리더는 아니었지만 그 부분이 상쇄될 정도로 빠른 업무 처리 능력과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능통한 분이었다.

"개발 리더는 뛰어난 개발 실력보다는 팀원들에게 내재된 최대치의 능력을 이끌어 내줄 수 있는 스킬이 더 중요하다."




강요형 리더

세 번째로 만난 팀장님은 개발 실력이 뛰어났다. 프로젝트의 구조를 누가 개발하더라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유지보수를 할 때 최소한의 시간이 소요되도록 간소화하였다. 신기술 도입도 손쉽게 진행하곤 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나 간단한 티타임 때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내보이며 모두에게 그 색을 강요하는 듯한 말들을 하였다. 내가 어떤 정책에 대해 얘기하더라도 본인이 애정하는 쪽의 편에 서서 항변하거나 대변하며 말을 했고, 모든 사람이 동의할 때까지 그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리더는 업무적으로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그 외의 사적인 의견을 아래 직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기술적 완벽함도 리더십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방임형 리더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팀의 리더는 모든 팀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각자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지만 맡겨만 줄 뿐, 팀원들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는 거의 없다. 본인도 하나의 팀원처럼 업무를 수행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각 팀원들끼리의 업무 교류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의지 또한 없다.

"리더는 팀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뒤에서 면밀히 살펴봐야 할 의무가 있다. 그저 맡겨만 준다면 그건 리더가 아닌 같이 일하는 동료일 뿐이다."




내가 만난 리더들 외에도 정말 다양한 성향의 개발 리더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보편적으로 필요한 리딩 능력을 꼽자면,

- 긍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리더

- 기술적으로 배울 점이 있는 리더

- 팀원들에게 자율성과 신뢰를 부여하는 리더

- 일정과 우선순위를 명확히 관리할 수 있는 리더

- 필요할 땐 팀을 위해 싸워줄 줄 아는 리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떤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은 나와 성향이 잘 맞고, 내 잠재력을 잘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겐 최고의 리더일 것이다.

언젠가 나에게도 리더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주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상상해 본다.

‘내가 리더가 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이끌 수 있을까?’

이상적인 리더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좋은 리더가 되는 길은 단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기에,

지금도 나만의 리더십을 조금씩 그려보며 고민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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