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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쉬어갈 수 있다면

워킹맘에게 휴식이 준 선물

by mingdu

작년 초, 오랫동안 맡았던 프로젝트가 드롭되고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 무렵, 나도 모르게 체력적으로, 심적으로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는 내내 쉬고 싶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잠만 자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아이의 행동들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나를 발견했다. 그 모습에 나조차도 놀라며 생각했다.

"아... 나, 지금 휴식이 필요하구나."


내가 한창 회사 스트레스로 힘들 무렵, 아이 하원을 도맡아 해 주시던 친정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남편도 회사일이 바빠져서 많은 시간을 가정일로 보내는 게 힘든 상황이었다.

아이가 돌 무렵 재취업을 했던 덕분에 1년의 육아휴직 기간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우리 모두 리프레시가 필요한 시점이구나'라는 생각에 바로 생애 첫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첫 달 동안은 그동안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되갚기라도 하듯 둘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서 시간이 될 때는 미루고 미루던 집안일과 일할 때는 잘 차려주지 못했던 남편의 저녁 챙기기 등 가족이 1순위가 되어 생활하였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휴식에는 나를 챙기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의 어린 시절까지 돌이켜보고, 고민하다가 내가 찾은 답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그때부터 막연하게 글쓰기 책을 읽고 무턱대고 써봤다. 그게 누군가의 글을 따라 쓰는 것이든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글이든 하루도 쉬지 않고 써봤다. 그리고 그때의 내 모습은 몇 년 동안 나로 살아왔던 시간들 중에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었다.


세 달도 안 되는 생각보다 짧았던 육아휴직이 끝나고 다시 일을 하면서 글쓰기는 뜸해졌지만 그래도 책 읽기와 일기 쓰기 만큼은 매일 거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아무리 힘들고 바쁜 상황이 와도 스트레스가 크지 않고 아이에게도 더 좋은 영향을 끼쳤다. 이를테면 함께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같이 일기도 써보면서 말이다.

비록 글을 쓰면서 '아 이번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하지?'라는 생각에 머릿속은 항상 걱정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걱정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감정이기에 불안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


워킹맘으로 지내다 보면 회사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고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고 지칠 땐 쉬자. 휴식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고 값지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 감정이 있고 정해진 체력이 있는 우리도 사람이기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한 번쯤은 쉬어가자.

쉬는 것도 용기다.

우리는 충분히, 잠시 멈춰도 괜찮은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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