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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는 왜 이렇게 늘 미안할까

by mingdu

아이의 돌 무렵부터 시작된 회사 생활이 벌써 5년째다. 한 살이었던 아이가 여섯 살이 될 동안 워킹맘으로서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코로나 시국에는 여러 차례 격리를 하며 재택근무로 집에서 일을 하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직도 한 차례 경험하기도 했다. 가장 병원을 많이 가는 시기였던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을 겪으면서 의도치 않게 연신 회사에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연차를 써야 했던 날도 참 많았다.

하루는 2주, 한 달 걸러 아이가 고열이 계속 나던 시기에 나도 남편도, 그리고 우리 엄마마저도 조금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날이 있었다. 정말 이대로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이렇게 힘든데 일을 하러 나가는 게 맞는 것일까.. 라며 퇴사를 고민했다.

아이를 보며 진지하게 "엄마 회사 그만둘까? 회사 안 가고 매일 등하원하고, 같이 놀고 할까?"라고 물어봤다. 내 나름 미래에 대한 고민은 일단 뒤로 미룬 채 큰 용기를 내고 한 질문이었지만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엄마 일해서 나 맛있는 거, 좋은 거 많이 사줘야지!" 순간 진지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웃음이 났다.

그래. 그동안 회사를 가면서 아이가 "엄마, 가지 마. 회사 안 가면 안 돼? 오늘은 나랑 놀자" 할 때 내가 수도 없이 했던 말이었다.

"엄마 돈 벌어서 맛있는 거, 가지고 싶은 장난감 많이 사줄게"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일단 출근을 위해 변명 같이 내놓던 말이 아이에게는 엄마가 회사에 가는 완벽한 이유가 되었다.




맛있는 걸 나 혼자 먹으면 미안하고,

갑작스러운 야근 때문에 늦게 들어가면 미안하고,

준비물을 빠뜨린 날엔 속상했을까 봐 미안하고,

아이가 아플 땐 다 못 챙겨줘서 더 미안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미안한 일이 많은 걸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을까?

왜 이렇게 항상 아이에게 미안해하면서도 일을 하려고 하는 걸까?

'당연히 돈 때문이지!'라는 말로 사실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그저 '나'로서 보내는 그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받고, 일과 사람들에게 치이는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온전하게 '나'로 지탱해 가는 시간들이니까 좋다. 아이를 낳고 1년 동안 엄마로만 지내던 시간들이 나에게 주었던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무기력함을 잊고 살게 해 준다.

앞으로도 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겠지만,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기 위해 이 반복된 일상을 조화롭게 살아가고 싶다.

'엄마'일 땐 아이를 한없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일 땐 나를 지켜내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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