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워킹맘의 취미생활, 그 10분의 기적

by mingdu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면서 ‘나만의 취미’를 갖고 유지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나에게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회 초년생 때는 매일 야근을 하면서 회사/집이 아닌 다른 생활을 하기엔 난 너무 바쁘고 지쳤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기,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기 정도였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는 육아에 내 모든 정신과 체력을 썼다. 이 외에 뭔가 다른 걸 한다는 생각조차 못해본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약 5년 정도가 흐른 시점부터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독서

누구나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그럼에도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어릴 때부터 워낙 소설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대학 때는 일부러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알바를 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었다.

취업하고 책과 점점 멀어지더니 어느새 단절이 돼버린 것 같았다. 그러다가 회사에 사내 도서관이 생겨 한 권씩 빌려 읽다 보니 또 새삼 책에 빠져들어 글을 읽는 재미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

한동안은 "책은 역시 종이 넘기는 맛이지, e-book은 별로야" 하는 꼰대 마인드를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출퇴근길에 e-book 없이 버티는 게 오히려 지루할 정도다.


야구

어릴 때부터 아빠의 영향으로 야구를 참 좋아했다. 아니 사실 중고등학교 때는 야구 보단 다른 장르의 티비 시청을 원했으나 우리 집에서는 야구가 항상 틀어져있어 잠시 싫어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다시 또 야구장에 직관을 가고 야구 시즌에는 월요일을 뺀 모든 저녁 시간이 야구와 함께 하는 일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육아를 하면서 최대한 TV를 멀리하다 보니 야구까지 몇 년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이가 6세가 되던 해에 이젠 다시 야구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이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둘 다 멤버십을 가입하고 야구장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아이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이었다. 가끔은 내가 모르는 선수의 등번호나, 생소한 응원가를 아이가 흥얼거릴 때면, 괜히 뿌듯하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에는 친한 지인을 통해 야구를 직접 해보고 싶어 레슨을 받고 있다. 몇 십 년을 "보는" 야구만 접하다가 직접 몸으로 하다 보니 왜 선수들이 그때 그런 실수를 하는지, 어떤 동작이 어려운지 미약하게나마 느끼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체육에는 뒤처지지 않는 나에게 야구란 스포츠는 생각보다 큰 좌절감을 주고 있지만 땀을 흘리고 몸을 쓰면서 엄청난 도파민을 생성하고 있다.




취미 생활은 나의 모든 일상에 많은 변화를 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힘든 일을 할 때도 해낼 수 있는 동력을 생성해 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엄마, 그리고 직장인에게 ‘취미생활’이란 내 시간을 쪼개야 하고, 잠도 줄여야 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단 10분이라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자.

그 10분이 모이고 모이면, 어느 순간 내 일상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