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개발자가 살아남는 자리
요즘 어디서든 AI가 화제다. 개발자인 나에게도 AI의 존재는 무섭게 다가온다.
긍정적인 면에서 보자면, 가장 크게 와닿는 건 개발 속도의 향상이다. 예전에는 기획 요건을 분석하고, 대략적인 로직을 구상한 뒤 백엔드·프론트엔드 코드를 한 줄 한 줄 직접 짜야했다. 물론 말 그대로 모든 걸 타이핑하기보다는 비슷한 로직을 복사해 붙이거나, 구글링으로 찾아 쓴 코드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기능 구현을 동시에 고민해야 했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야 했다. 반복적이고 유지보수에 취약한 부분 역시 결국 개발자가 직접 개선해야 했다.
AI가 도입된 지금은 다르다. 개발자가 대략적인 로직을 구상하고 1차 코드를 짜면, 기술적인 세부 구현은 AI 툴이 대부분 대신해 준다. 물론 AI가 내놓는 답이 100% 정확한 건 아니어서 개발자가 필터링은 해야 한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처리하던 때에 비하면 훨씬 적은 리소스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문서 작업이다. 문서 작성은 개발자에게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개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가 많다. 일정 관리는 주로 GIT이나 JIRA 같은 툴에 의존하지, 엑셀이나 PPT를 직접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보고서, 엑셀 작성 같은 작업이 놀라울 정도로 편해졌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그럴싸한 결과물을 뚝딱 내주니,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남는다. 기획서를 던져주면 알아서 사이트나 앱을 만들어주는 AI는, 매번 "이건 안 됩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개발자보다 더 신뢰감 있어 보일 수 있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조차 텍스트만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면, 코드를 짜는 개발자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은 아직 다르다. 대부분의 회사는 보안 문제와 고유한 프로세스 때문에 AI를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보다는 기술력 증진, 업무 효율화를 위한 보조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업무는 사람이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풀어야 하기 때문에, AI가 전부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분명한 건, 단순히 ‘코더’로만 남는 개발자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주어진 기획을 코드로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며 협력 부서와 함께 가치를 만들어내는 개발자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