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가 어려운 나, 그래도 써보는 이유

by mingdu

어린 시절, 엄마는 내가 많은 경험을 해보길 바라며 여러 학원에 보내주셨다. 미술, 피아노, 속독, 영어, 수학, 국어 등등… 이 외에도 더 많았던 것 같은데,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아마 어느 한 학원을 오래 꾸준히 다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성인이 되어 대학을 다니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어떤 한 가지에 깊게 빠져 오랫동안 해본 기억이 잘 없다. 그나마 좋아했던 건 독서, 야구 정도. 시작은 잘하지만, 흥미가 금방 식어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가곤 했다. 무엇 하나 유별나게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없었다. 보통은 해내고, 가끔은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는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런 내 성향을 확실히 자각하게 된 건 작년쯤,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 막연히 시작해 볼까 하다가도, 혹시 이것마저 금방 놓아버릴까 봐 무서웠다. 인생에서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일을 또 쉽게 끝내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글을 쓸지, 어떤 플랫폼을 사용할지, 그리고 내가 꾸준히 해낼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처음 글을 쓰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했을 때는 생각보다 무서웠다. 글쓰기가 좋아서 시작했지, 배우거나 오래 써온 사람이 아니었기에
‘누가 내 글을 읽어줄까?’
‘이런 글을 왜 쓰냐고 욕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컸다.
그럼에도 이 행위만큼은 오래 지속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기에,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해 계속 쓰자고 마음먹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8개월. 지금까지 작성한 글 36개. 어떤 글은 쓰고 나서도 내가 뭘 말하려던 건지 이해가 잘 안 되어 삭제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떤 글은 힘든 시기에 다시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글쓰기지만, 이 기간 동안 나는 질리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 글이 나에게 위안을 주고, 더 나아가 단 한 명에게라도 따뜻함과 공감을 줄 수 있다면—
나는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끝까지 놓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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