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한 기회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앙상블 정기연주회를 다녀왔다. 사실 처음엔 사랑의달팽이가 어떤 기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냥 클래식 연주를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고, 진행을 맡은 안현모 님이 사랑의달팽이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러 왔구나.’
사랑의달팽이는 “세계 최초 청각장애 유소년들로 구성된 클라리넷 연주단으로, 사람의 음색과 가장 유사한 클라리넷을 통해 사회정서적 재활과 사회 인식 개선에 기여하는 곳”으로,
그 의미 있는 연주단이 올해로 20번째 정기공연을 맞았다고 한다.
안현모 님이 공연의 문을 열며
“다시 소리를 찾게 된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지켜봐 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그 문장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그렇게 시작된 공연.
솔직히 말하면, 나는 큰 퀄리티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청각장애 유소년들이 클라리넷을 연주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기적적이고 감동적이어서, 그냥 응원하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연주는 상상 이상, ‘수준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초등부 아이들의 연주부터 수석 학생의 압도적인 협연까지...
그저 입을 벌린 채 들을 수밖에 없는 무대들의 연속이었다.
배다해 님과 김태우 님의 특별무대도 있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들이었음에도 마지막 피날레에서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하며 무대를 채운 아이들의 연주가 가장 오래 남았다.
눈물이 핑 돌 만큼 멋지고 감격스러웠다.
아이들의 무대를 보며
손이 아픈 것도 모르고, 목이 쉬는 것도 모르고
그저 박수와 환호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공연 중간, 사랑의달팽이를 졸업해 사회에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 말들이 있었다.
사랑의달팽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질문했을 때의 답변이었다.
“사회생활을 두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해 준 곳.”
“금요일 연습 시간을 늘 기다리던 공간, 나의 안식처.”
“내가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원동력. 그래서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지게 한 곳.”
이 말들을 들으며 요즘의 나 역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아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행복을 마음속에 오래 새기며 더 긍정적으로, 더 힘 있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수와 환호로 내가 아이들에게 힘을 주리라 생각했던 연주회가 어느새 나에게 더 큰 감동과 용기를 안겨주고 있었다.
너무나 감사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큰 힘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내일도 또 힘차게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