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를 리팩토링하다.
지난 몇 달 동안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바빠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일만 했다.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이다 보니, 업무시간을 넘겨 야근을 한다는 건 내 계획 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늘 8시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몰입해 주어진 업무를 끝내야 했다.
그러다 약 1~2주 전부터 잠시 쉴 틈이 생겼다.
개발자라는 직무 특성상 언제 갑자기 바빠질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숨구멍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일 없이 사무실에 앉아있는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시간에 집에 있다면 밀린 집안일도 하고, 글도 더 쓰고, 읽고 싶어서 묵혀둔 책들도 실컷 읽을 텐데…
아이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놀아줄 텐데…”
이런 생각들이 늘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러다 또 불현듯,
“그래, 이렇게 생각해 봐야 뭐 하나.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여기 있고, 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 월급을 받는 거지…”
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결국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마음에서 긍정이 조금이라도 이기게 만드는 것, 그게 지금의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이 지루한 시간을 타개할 일들을 조금씩 해보기로 했다.
1. 레거시 코드 리팩토링
이 작업은 이전에도 자주 했지만, 요즘은 GPT나 Gemini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엉망진창인 코드라도 질문만 잘하면 개선된 코드로 척척 안내해 주니, 나는 그저 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는지, 오류는 없었는지 체크하는 관리자 역할만 하면 된다.
2. AI 도구를 이용한 개발 스터디
나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모두 개발하는 웹개발자라,
작은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 하나를 만들더라도 여러 언어를 써야 한다.
그래서 그 수고를 조금 덜기 위해 웹 퍼블리싱이 된 템플릿을 구매해 기능 개발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AI는
“이런 기능이 있는 사이트를 이 언어로 개발해줘.”
라고만 하면 솔루션 구조부터 UI/UX, DB, 백엔드까지 전체 개발을 해준다.
그래서 나는 GPT와 협업하며 소소한 기능을 가진 웹사이트도 만들어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재미도 있었지만, 동시에 내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함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3. 인스타툰 이미지 만들기
업무시간 중간중간, 잠시 바람을 쐬거나 이동할 때 AI로 인스타툰 이미지를 만들어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없고 미술도 잘 못해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항상 부러워했다.
그런 내가 AI를 통해 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심장이 콩닥거릴 만큼 설레는 경험이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여자도, 남자도… 모두가 하루 24시간을 산다.
나는 회사에서 휴게시간을 포함한 9시간, 가끔 하는 야근, 출퇴근 시간 등 하루의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만
그 안에서 잠시라도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다면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한다.
작은 시간들이 모여, 언젠가 그 시간 속 내가 쌓아놓은 것들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