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먹는 소리처럼, 낙엽 밟는 소리처럼

by mingdu

정말 오랜만에 맞이하는 여유로운 주말의 시작이었다.

평일에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주말도 늘 아이와의 일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이 쉴 시간은 많지 않았다.


결국 무리했는지, 7일이 넘도록 기침과 가래, 그리고 목소리까지 잃은 채 병원을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나니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이건 몸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몰라’ 하는 마음에 잠시 집 앞 공원을 걷기로 했다.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의 공원이지만,

평일엔 일하느라, 주말엔 나들이하느라 몇 년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곳이었다.

막상 와보니 왜 굳이 멀리까지 나가려 했을까 싶을 만큼 좋았다.


가을의 소리,

낙엽 밟는 바스락 거림과 하늘에서 흩날리며 떨어지는 낙엽의 속삭임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아이와 함께 예쁜 낙엽을 찾으며 우리는 ‘낙엽탐험대’를 결성했다.

낙엽을 줍고,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며

어느새 우리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낙엽 밟는 소리가 꼭 사과 먹을 때 나는 소리 같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는데,

아이의 비유는 얼마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환하게 열렸다.


짧은 한두 시간이었지만,

하루 종일 나들이를 다녀온 것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다.


직장에서는 개발자로, 집에서는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틈틈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

늘 분주하게 살아왔지만,

잠깐의 여유가 그 어떤 휴식보다 깊게 다가왔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곁에 이미 있는 좋은 것들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

그게 어쩌면, 내가 내일을 다시 달릴 수 있는

진짜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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