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 집에는 ‘돼지 저금통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사실 저금통 자체는 3~4년 전쯤부터 집에 있었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일찍 저축과 돈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놀이처럼 동전을 넣어보기도 하고,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보상처럼 동전을 쥐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아이는 큰 감흥이 없었다.
억지로 흥미를 끌고 싶지는 않았기에, 저금통은 자연스럽게 아이 방 한 켠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나 동전 몇 개만 주면 저금통에 넣고 싶어.”
순간 ‘어? 저금통 어디 있지?’ 했는데,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는지 금세 찾아왔다.
그리고 동전을 하나, 두 개, 조심스럽게 천천히 넣는 모습을 보며
‘아, 지금인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아이를 불러 제안을 해보았다.
“우리 저금통 이벤트 해볼까? 칭찬받을 행동을 하면 엄마가 매일 정해진 금액을 용돈처럼 줄게. 그걸 저금통에 모아두고, 6개월 뒤에 꺼내서 사고 싶은 걸 사는 거야.”
“우와 좋아! 근데 나 사고 싶은 건 없어. 그냥 사지는 않을래.”
“그래도 괜찮아. 그때 가서 사고 싶은 게 생길 수도 있고,
만약 없으면 우리 같이 은행 가서 통장에 넣어보자.”
“응 좋아!”
그렇게 우리는 펜과 노트를 꺼내 항목을 정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넣을지 같이 이야기하며 적어 나갔는데,
‘혼자 샤워하기’를 적자고 하자 아이가 말했다.
“그건 나 진짜 못할 것 같아. 안 적을래.”
그래서 말했다.
“못 해도 괜찮아.
하지만 나중에 성공하면 그게 정말 멋진 거잖아.
이건 어려운 거니까, 처음 성공하면 5,000원.
그리고 할 때마다 1,000원으로 해보자.”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아이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평소에는 힘들어하던 일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가장 놀라웠던 소식은 퇴근길에 엄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혼자 샤워하더라. 샴푸 어디 있는지만 알려줬는데, 머리까지 다 감았어!”
(참고로, 아이는 눈에 물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머리카락도 허리까지 내려와 혼자 씻기엔 꽤 어려운 상태였다.)
그 이후로 아이는 거의 매일 스스로 샤워하고, 정리하고, 작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물론 ‘용돈’이라는 자극적 요소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열정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강요 없이, 스스로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행동했다는 것.
그 자체가 나는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모은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사거나 저축하는 기쁨을
어릴 때부터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
부모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언제 이렇게 자랐지…”
하는 뭉클함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도 우리 집 돼지 저금통 이벤트가
긍정적인 변화로 오래오래 이어지길 바라며ㅡ
잘 부탁해, 우리 저금통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