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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가 아닌, 나로 새로운 출발

퇴사, 출산, 그리고 다시 나의 자리로

by mingdu

나에게는 나보다도 더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이가 한 명 있다. 직장에서 퇴사를 한 후 곧바로 찾아온 아이였다. 이직을 하기 전에 생긴 아이여서 새로운 직장을 가지지 않고 임신과 출산 과정을 모두 거쳤다. 임신 중에는 회사를 출퇴근할 필요도 없었고, 육아휴직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안한 과정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게 좋지만은 않았다. 우선은 금전적인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임신 때부터 출산 이후까지 아이에게 필요한 소비는 많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소득이 적건 많건 내가 벌이가 없다는 사실에 항상 마음이 불편해서 쉽게 지출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누군가 눈치를 주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난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무언가 얹힌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도 "엄마"로서만 생활하고 살아가는 게 생각보다 나라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임을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 마음은 내가 아이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는 별개였다.




그렇게 아이가 돌이 되는 시점부터 어린이집을 보낼 생각을 하고 재취업 준비를 하기로 했다. 당장은 내가 하던 직무 쪽으로 업종을 정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 2년 동안 동떨어져 있던 시간을 최대한 메꾸는 일이 필요했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면 늘 컴퓨터를 켜서 혼자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부재였던 시간 동안 내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시장과 멀리 떨어져 지내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입사 지원을 할 회사들을 열심히 서치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회사들을 추려 이력서를 작성해서 제출하였다. 조금 더 여건이 괜찮아 보이는 회사들만 고르기에는 공백기가 있었기에 신중하게 선택이 필요했다. 그렇게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고 난 이후에 합격 소식도 그리고 불합격 소식도 함께 전해지기 시작했다. 의외로 업무 공백이 있었던 나를 테스트 전형이나 1차 면접 전형까지 수월하게 통과시켜 준 회사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출산 후 경력 단절로 인한 슬픈 재취업 에피소드가 나에게도 없진 않았다. 내가 이전 직장에서 일했던 분야, 개발 언어 등 모든 환경이 비슷했던 회사였다. 어쩌면 그랬기에 그 회사에 지원하는 게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것보다 합격할 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서류 전형에 지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재우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그 회사 인사팀 누구라고 소개를 하고 면접 전형 전에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하셨다. 이전 회사 퇴사 후 공백기가 있어 보이는데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을 하였는지 여쭤보셨다.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임신/출산으로 인하여 공백을 가졌음을 솔직하게 얘기하였다. 이야기를 듣고는 알겠다고 하고 이후 전형에 대한 사항은 추후 연락 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약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이력서를 제출했던 경로도, 메일도 아닌 문자로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음이 고지되었다.

물론 많은 이유와 사정들이 있었겠지만 그 순간에는 내가 아이를 낳은 게 불이익이 되는 것만 같아 서러웠다. 그 감정이 감당이 되지 않아 혼자 숨죽여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임신/출산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 인정해 주고 당연시해 주는 상황도 많았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우울해하거나 쳐져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찌 됐건 나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끝냈으므로 오로지 날 실력만으로 인정해 주는 회사를 찾기 위해 더더욱 고군분투하였다. 여러 군데에서 연락이 와서 코딩 테스트도 보러 다니고, 테스트가 통과되고 1차 면접/2차 면접까지 진행하여 최종 합격 통보받은 곳이 두 군데 있었다. 그중 여러 환경들을 고려하여 내가 선택하여 재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경험도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출산 관련 많은 정책들이 생겨나고 인식도 더욱 달라져 워킹맘으로 일하기에는 훨씬 나아진 환경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도 아이를 키우다가 새로이 재취업을 하려는 엄마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거나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가 아니라 '나'로 취업하는 것이다. 나만의 무기가 있다면, 결국 나를 인정해 주는 곳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감히 말해주고 싶다. 나를 나로 온전히 봐주지 않고 단지 "엄마"라고 꺼려하는 회사가 있다면 가감 없이 그곳은 당당히 내가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를 바란다.


새로운 환경을 찾아 도전하는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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