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떠난 홍콩, 마카오 여행 1일 차

시작부터 길을 잃다

by mingdu

최근 아이의 유치원 졸업과 초등학교 입학을 기념해 홍콩과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아이와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오긴 했지만 대부분 휴양지였다. 그래서 이번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관광을 해야 하는 여행은 조금 걱정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했다.


떠나기 전까지 주변 엄마들과 직장 동료들의 걱정도 한몫했다.
“아직 해외에서 대중교통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냐”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미 여행을 결정했음에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이게 과연 잘한 결정일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것을 좋아하고, 놀이공원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홍콩으로 떠나는 날, 우리의 비행기는 아침 8시였다.
그래서 집에서는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그래도 아이는 이전에 한두 번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피곤해하기는커녕 벌떡 일어나더니 “빨리 가자”며 들떠 있었다. 비행기에서도 내가 “잠깐 눈 좀 붙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내릴 때까지 잠들지 않았을 것 같았다.


홍콩에 도착한 뒤 디즈니 호텔에 짐을 맡기고 우리는 곧바로 홍콩 도심으로 나왔다. 첫 목적지는 빅토리아 피크였다.
트램을 처음 타보는 아이는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올라가는 트램 안에서 홍콩 시내를 구경하느라 바빴다. 창밖 풍경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서는 높은 곳이 조금 무서웠는지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그마저도 신나 보였다.


트램을 타고 다시 내려온 뒤 우리는 이동 방법을 고민했다. 택시를 탈지, 아니면 홍콩의 상징 같은 2층 버스를 타볼지.
아이에게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
“2층 버스 타보고 싶어.”
조금 걸어 도착한 첫 정류장에서는 우리가 가려는 방향의 버스가 20분 뒤에 온다고 했다.
버스 20분 기다리기. 한국인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우리는 ‘조금만 더 걸으면 다른 정류장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다른 정류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약 10분 뒤에 깨달았다.
구글 지도를 따라 도착한 정류장은 길 한복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주변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부터 아이의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했다.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와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 사이에서 우리 부부도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택시라도 잡히면 좋겠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였다.


어르고 달래며 겨우 찾아간 버스 정류장.
그곳에서 탄 버스는 우리가 가려던 곳까지 단 한 정거장 거리였다.
그리고 아이가 그렇게 타고 싶어 했던 2층 버스의 2층이 아니라 1층에 앉아,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타고 내리게 되었다.


그래도 홍콩에 왔으니 현지 음식은 먹어야 했다.
딤섬을 먹고, 유명한 간식들도 몇 가지 사 먹은 뒤 호텔로 돌아오니 아이의 컨디션도 다시 좋아졌다.


우리 부부도 그제야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큼직한 여행 계획만 세웠지, 세세한 동선까지는 확인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던 하루였지만, 아마 이런 순간들조차 나중에는 웃으며 떠올릴 추억이 될 것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다음 날에는 조금 더 즐거운 기억이 많기를 바라며 홍콩 여행의 첫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