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횡단보도 세 개를 건너 집으로 온 아이

by mingdu

오늘은 아이가 2년 넘게 다닌 태권도를 발판 삼아 처음으로 국기원 심사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태권도장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부모는 따로 국기원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음에도, 이제 초등학교에도 입학했고 태권도장도 2년 넘게 다닌 곳이니 아빠가 차로 건물 앞에 내려주면 아이가 혼자 잘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만 먼저 보내기로 했다.
아이도 너무나 자신 있게 길을 나섰다.
금방 돌아온 남편은 아이가 차에서 내려 씩씩하게 태권도장으로 올라갔다며 대견해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국기원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의아한 마음으로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낯선 여성분과 남성분의 목소리, 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남성분은 아이에게 직접 이야기해 보라며 전화를 넘겨주셨다.


“태권도장이…!! 문이 닫혀 있었어…!! 엉엉엉…”
“응? 문이 닫혀 있었어? 그럼 지금 태권도장 앞이야?”
“아니…! 집까지 왔는데…!! 문이 안 열려서 다시 나왔어…!!”
“응??? 집까지 왔다고? 거기가 어딘데?”
“여기… xx동인가…? 잘 모르겠어…!! 흑흑흑…”


다시 핸드폰의 주인인 남성분이 전화를 받아 현재 위치를 알려주셨고, 남편은 바로 뛰어나갔다. 나도 정신없이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집 앞에서 아빠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내 아이.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지만, 애써 참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괜찮다고, 잘했다고, 정말 대견하다고 계속 등을 토닥여주었다.


조금 안정을 찾은 뒤,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힘들지 않아? 오늘 태권도장 갈 수 있겠어?”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힘들긴 한데… 갈게.”
차를 타고 태권도장에 데려다주며 다시 한번 꼭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아빠 만났으니까 이제 안심해도 돼.
너무 잘했어. 그리고 절대 무리해서 하지 않아도 돼.
안 해도 되고, 못해도 되니까 힘들면 꼭 말해줘.”
하지만 국기원으로 이동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정말 할 수 있을까…?
아침에 그렇게 무서운 일을 겪었는데…’
그런데 심사장에 들어온 아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너무나 멋지게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심사를 마치고 기분이 좋아진 아이에게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태권도장 문이 잠겨 있어 혼자서 횡단보도를 세 개나 건너 집까지 온 일.
집에 도착했지만 1층 자동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보안실을 찾아가려 했던 일.
그러다 어른들을 보고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며, 엄마 전화번호를 직접 눌러 전화를 부탁했던 일까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놀라움이 가시질 않았다.
혼자서 그 많은 판단을 하고 행동했다는 것도 대견했고, 평소에 알려준 것들을 기억하고 실천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리고 동시에 미안했다.
조금 더 신경 쓰지 못했던 것,
조금 더 알려주지 못했던 것,
그리고 하필 오늘 처음 해보는 일을 시켜 아이를 그런 상황에 놓이게 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만약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라도 났다면?
만약 집으로 오는 길을 찾지 못했다면?
만약 나쁜 어른을 만났다면?
별의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결국 아이의 기지와 용기 덕분에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저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날이었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 듯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나 다른 어른들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엄마를 꼭 안고 잠들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앞으로 더 조심하고, 더 생각하고, 더 노력하는 엄마가 되겠다고.
그리고 이렇게 잘 자라준 아이에게
지겹도록 말해주려고 한다.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