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도 이 순간을 꽤 오래 기다려 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막연히 걱정되거나 크게 설레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에 가는 기분에 가까웠다.
하지만 교문을 들어서고, 곳곳에 붙어 있는 ‘입학식’이라는 문구들을 보고, 배정된 반을 확인한 뒤 그 반이 적힌 자리에 앉으니 마음이 조금씩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진행되는 입학식을 바라보며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이 조그마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함께 스쳤다.
다행히 같은 유치원에서 온 친구들이 꽤 있었고, 그중 한 명은 같은 반이 되었다. 덕분에 아이는 긴장한 기색 없이 입학식을 잘 치렀다.
포토타임이 시작되자 아이는 엄마 아빠는 뒤로 한 채 유치원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며 모으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서로를 다 모은 뒤에야 자기들끼리 사진을 찍었다. 오히려 부모님과 사진을 찍자고 하니 서운해하기까지 했다. 부모 마음이 더 서운하다는 것은 모른 채로 말이다.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과 각 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강당에 남아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좋은 이야기와 귀담아들을 말씀이 많았지만, 역시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예나 지금이나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겼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메모하며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입학식 절차가 끝나고 아이를 다시 만난 뒤, 우리는 오랜만에 셋이서 외식을 했다. 평소 입이 짧은 아이가 긴장도 했고 피곤하기도 했는지 돈가스를 무척 잘 먹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또 한 뼘 더 큰 것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오니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앱에 쏟아진 알림 메시지들, 바로 다음 날까지 챙겨야 하는 준비물들, 하나하나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 그리고 앱으로 제출해야 하는 설문들까지.. 몇 시간 동안 그것들을 정리하고 준비했다.
회사에서는 꽤 복잡한 일도 매일 처리하면서, 왜 이런 일들을 이렇게 오래 붙잡고 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안전과 학교생활에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실수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겨우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 있었다. 정작 내가 해야 할 일들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아이 재우고 나서 해야지’ 생각했지만… 아이를 재우다 나도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그렇게 우리 아이의 입학식 날은 1분의 여유도 없이 꽉 채워진 채 지나갔다.
나는 내가 꽤 덤덤하게 입학식을 즐기고 온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나도 모르게 긴장했고, 떨렸고, 또 앞으로의 아이 학교생활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그때를 떠올리며 “참 별일 아니었지” 하고 웃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작은 추억 하나로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학부모로서 다시 교정 앞에 서게 된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이 새로운 길을, 조금은 긴장되지만 기쁜 마음으로 걸어가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