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여덟 살이라는 나이에 벌써 두 번째 졸업식을 치렀지만, 이번 유치원 졸업식은 어린이집 때와는 사뭇 달랐다. 어린이집 졸업식은 아이가 너무 어렸던 탓에 나 역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졸업식을 앞두고 아이는 일주일 전부터 “졸업하기 싫다”,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지금 다니는 유치원의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낯섦도 있었을 테고.
다행인 점은, 그런 말을 할 때 아이가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차분하고 안정적인 말로 아이를 다독였다. 유치원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잘 보내고, 그 추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싶었다.
졸업식 날, 아이들이 준비한 여러 공연 소식에 양가 부모님까지 모두 참석했다. 졸업장과 상장 수여식은 물론이고, 수화 공연과 여러 노래, 영어 뮤지컬, 치어리딩까지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어쩌면 아이의 졸업식이라기보다 부모와 조부모를 위한 행사처럼 느껴질 만큼 빼곡한 일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앞마당에서 졸업 사진을 찍을 때 아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친구들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이제 사진 그만 찍고 싶어”라고 말할 만큼 피곤해 보였다. 사진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날만큼은 고생했을 아이에게 맛있는 밥과 충분한 휴식을 먼저 주고 싶었다.
3년 동안 한 번도 옮기지 않고 같은 유치원을 다니며, 그 안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여러 선생님을 만나온 시간. 그 시간을 지나며 아이도, 나도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어쩌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학생이 되기 전, 나름의 작은 사회를 훌륭하게 살아낸 아이에게 나는 그 자체로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겨울의 끝자락,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앞둔 아이.
걱정보다는 기대를 더 많이 담아, 나는 그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으로 서 있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