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하는 취미에 관하여 - 레이싱 서킷에 대해 알아보자!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오늘의 주인공 레이서 수민님 소개 :)
수민님은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 하실 분을 탐색하던 중 취미가 레이싱 서킷이라는 말에 흥미로워 인터뷰를 요청드렸었어요! 레이싱 서킷이란 자동차, 오토바이, 카트 등의 경주가 열리는 폐쇄된 트랙을 의미합니다. 고속 주행과 다양한 코너링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되어, 자동차 등을 통해 빠르게 레이싱을 달리는 경주를 말해요.
TMI 이지만, 제가 면허를 딴지 2주가 안되었던 상황이라 더 재밌게 들었던 취미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변수민입니다.
-레이싱 youtube -
https://www.youtube.com/@white.rabbit
contact: suminb+racing@gmail.com
안녕하세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변수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빨리 달리는 걸 좋아했었어요. 자전거를 타든, 스키를 타든, 뭘 타든 빨리 달려야 직성이 풀렸었죠. 작년에 이직하면서 중간에 세 달 정도 놀았는데,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 가서 서킷 트레이닝 교육을 받았었어요. 레이싱 트랙 달려보는 건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10대에는 운전면허가 없고, 20대에는 가난하잖아요? 달리고 싶은 마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 고이 모셔두고 살았었는어요. 그러다 쉬는동안 BMS 드라이빙 센터에 가서 쇼육을 받는 동안, 레이싱에 대한 꿈이 다시 활활 타올랐죠. 마침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들어서 용기를 내어 레이싱 서킷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불 밖은 위험하죠! 는 농담이고, 사실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서킷 주행할 때보다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때 더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겪어요. 일반 도로에서는 온갖 기상천외한 인간들을 다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지요. 앞 차가 차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길래 "술 마시고 운전하나?" 하고 따라가서 보면 문자나 통화를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반면, 서킷에서는 아직까지 운전하면서 딴짓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음주운전, 졸음운전도 없고요.
맞아요, 처음에 시작하기가 쉽지가 않지요. 주변에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물어보기도 쉽지 않고요. 일반도로에서 그렇게 달리면 큰일 납니다. 서킷에 가야죠. 일단 서킷 주행을 하려면 서킷 라이센스가 필요해요. 서킷 라이센스 비용은 10만원 정도 합니다. 운전면허와는 다르게 각 서킷마다 따로 취득해야 하는 것이고요.
한국은 인구나 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서킷이 매우 희귀해요. 한국 서킷 장소는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 스피디움, 강원도 태백시의 태백 스피드웨이, 전남 영암군의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KIC),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 센터, 에버랜드 근처에 있는 용인 스피드웨이 정도가 있겠네요.
용인 서킷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거긴 돌아가신 삼성 회장님의 개인 소유였다는 풍문도 있고.. 뭔가 굉장히 private 하게 운영되는 곳이라서 저는 거기서 주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서킷 라이센스 취득은 사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그냥 아침에 가서 이론 교육 듣고, 세이프티카 따라서 서킷 몇 바퀴 돌고 오면 그냥 주는 정도라서요. 하지만 이 상태로 무작정 서킷을 달리기보다는 레이싱 스쿨에서 전문가에게 강습을 받는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스포츠 주행 기본기와 자동차 동 역학에 대한 이해 없이 용감하게(?) 서킷 주행을 하다가 사고 나는 경우를 종종 봐서요.
저는 고잉 패스터(10명 강의 35 만원)라는 곳에서 배웠기 때문에 여길 추천하지만,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레이싱 스쿨들도 있거든요. 예를 들면 범스 모터스나 JBRT 같은 곳. 그런 곳에서 기초적인 내용들을 배우고 타시는 게 좋습니다. 스쿨 수강료가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고 한 번 나면 그것보다 훨씬 돈이 많이 깨집니다.
사람마다 차량마다 천차만별인데, 저는 한 번 갈 때마다 50-100만 원 깨집니다. 참고로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하게 하는 편입니다. 차 튜닝도 거의 안 하고요. 그런데도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이 드느냐 하면, 일단,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트랙 사용료, 피트 사용료, 숙박을 한다면 숙박비, 식사와 같이 그날 실제로 나가는 비용뿐만 아니라 레이싱을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차량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비용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제가 앞으로 '세션'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할 건데요. 레이싱에서는 서킷을 세션 단위로 열어주고, 여러 차들이 우르르 같이 들어가서 주행하고, 세션이 끝나면 코스 밖으로 나옵니다. 비용도 한 세션에 5만 원을 내야 하는 거예요. 동계 기간엔 한 세션이 25분, 하계에는 20분입니다.
비용이나 시간은 서킷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어요.
타이어와 브레이크 패드, 엔진오일 같은 소모품들을 택시기사님들보다 훨씬 더 자주 교체한다고 보시면 되고요. 특히 최근에 새로 바꾼 타이어는 접지력은 정말 우수한데 (땅에 딱 붙어서 가는 느낌을 '떡 그립'이라고 하죠), 타이어 수명이 정말 극악이라... 너무 빨리 닳아서 '지우개 타이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까지 이 타이어로 여섯 세션 주행했는데, 타이어 수명을 절반쯤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세션에 타이어 값으로만 53,000원이 날아간다고 보면 되겠네요. 트랙 한 바퀴 도는데 타이어 값 5천 원!
아, 그리고 이건 사고가 나지 않고 모든 일이 스무스하게 풀렸을 때의 이야기이고요, 서킷에서는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100% 자기 돈으로 수리를 해야 합니다. 만약 사고로 서킷의 시설물이 손상되었다면 그것도 제가 전부 물어줘야 하고요. 게다가 차가 많이 손상되어서 주행 불가능한 상태라면 서울까지 차를 견인하는데만 수십만 원 나오겠죠. 다행히도 아직까지 사고가 난 적은 없네요.
*트레드: 자동차 바퀴 무늬
아닙니다 ㅎㅎ 저는 일부러 집도 안 사고 월세 살면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해놓고 그걸로 투자를 하고 있거든요. 다행히도 미국 주식이 몇 년간 괜찮은 수익을 내고 있어서 월세랑 생활비 일부 정도는 투자 수익으로 커버가 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월급 대부분은 통장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지요. 그 일부를 조금 떼어다가 취미생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자기 차로 타요.
가끔씩 리스 차량으로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자세한 사정은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현대에서 야심 차게 만든 벨로스터 N을 타고 있어요.
좋은 질문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아무리 달려도 자동차의 능력을 생각하면 조깅을 하는 것에 가까워요. 반면, 스포츠 주행은 축구 경기에 가깝습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여러 가지 과격한 움직임들이 많죠. 사실 대부분의 차량들은 서킷에서 주행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서킷 몇 바퀴 돌다 보면 엔진 경고등이 뜨거나, 브레이크가 열을 받아서 밀리기 시작하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그리고 서스펜션, 다른 말로 하면 자동차의 하체가 탄탄해야 이런 극한의 주행을 버틸 수 있는데, 대부분의 차량들은 아무래도 편안함이나 정숙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스포츠 주행을 하기에는 허약한(?) 하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산 때문이죠! BMW M4, Porsche 911 같은 차들도 어떻게든 구입은 할 수 있어요. 근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차를 산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 되고, 장난감을 산다는 관점에서 봐야 해요. 서킷에서는 보험이 안 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내 '장난감'에 어떤 일이 생기든 그게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주면 안 돼요. 그래서 저의 취미생활 예산을 생각했을 때 벨로스터 N이 적당한 차라고 판단했습니다.
데일리카로서는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서킷에서 타기엔 최고예요. 벨로스터 N이나 BMW M 시리즈 모델들은 별다른 튜닝 없이 서킷 주행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특히 벨로스터 N은 레이싱 서킷 가성비 최강자라고 볼 수 있는데, 제 차보다 빠른 차들은 있지만 전부 다 제 차보다 비싼 차들이었어요.
제 차보다 싸면서 빠른 차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제 차보다 두세 배 비싼 차들도 막 제치고 다니니까 너무 신나요.예전에는 현대가 평범한 차만 만드는 노잼 브랜드라고 생각했었는데, N이라고 하는 고성능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저의 이런 선입견을 한방에 확 깨버렸어요. 비어만 사장님 파이팅입니다!
*비어만 사장: 현대차 사장님
레이싱 서킷은 일반인들에게는 보통 낮에만 개방해요. 아침에 열어서 해 지기 전에 닿죠. 작년 가을에 밤에 달릴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불빛이 거의 없어서 헤드라이트에만 의존해서 달리는데, 낮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지나갔을 부분에서 살짝 실수를 해서 바퀴 한쪽이 잔디밭에 빠졌었어요. 그때 당황해서 브레이킹을 했다면 차가 스핀 해서 큰 사고로 이어졌을 텐데, 다행히도 침착하게 잘 복구를 했습니다. 심장이 핸들(정확한 용어는 '스티어링 휠')까지 튀어나온 느낌이었어요.
작년 가을에 현대 트랙데이라는 걸 했었는데, 현대에서 인제 스피디움을 통째로 임대해서 현대, 기아, 제네시스 오너들만 주행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마지막 세션을 오후 6시에 열어줬는데, 산속이니까 해가 금방 지잖아요. 달리다 보니 사방이 완전히 깜깜해져서 얼떨결에(?) 야간 주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3가지가 있어요.
대회 출전
일단 대회에 나가보고 싶습니다. 다만,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혼자 주행하는 것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익금이 지금보다 2배쯤 성장하면 그때 참여할 것 같아요. 아니면 저의 유튜브 채널이 대박을 터뜨리거나! 특히 대회에선 모두가 진심을 다해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라 매 경기마다 뭐 하나씩 부숴먹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데이터 분석과 에이전트 (아스라다!?)
최근에 거금을 들여서 데이터 로거를 하나 장만했어요. 로거가 무엇이냐 하면, 주행 중 여러 가지 데이터를 상세하게 기록하는 장치인데요, GPS와 3축 가속도 센서, 자이로 센서, 그리고 자동차의 OBD2, CAN 버스를 통해서 받아오는 데이터를 모두 기록합니다.
아무래도 직업이 엔지니어다 보니 이 귀중한 데이터를 가지고 재밌는 것들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간단하게는 주행 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제가 트레일 브레이킹 같은 스포츠 주행 기본기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점수를 매겨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여러분들 혹시 '사이버 포뮬러'라는 애니메이션 보셨나요? 미래 세계 레이서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인데 저는 어렸을 때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여기에 '아스라다'라고 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나오거든요. 드라이버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성장해 나가는 AI 시스템인데, 그런 비슷한 것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모터스포츠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
마지막으로 한국의 모터스포츠 커뮤니티가 조금 더 커지고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골프가 싸게 느껴질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드는 취미 생활이라 대중적인 취미활동이 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손 들고 말씀해주세요.
아, 그리고 레이싱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시계토끼'라고 검색하시면 찾을 수 있습니다.
저의 클럽하우스 유저네임 White Rabbit으로 검색하셔도 되고요.
https://www.youtube.com/@white.rabbit
수민님 레이싱 유튜브 관심있으시다면 한번 구경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