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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Apr 14. 2020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천명의 서평단 서평 이벤트


요즘 나가고 있는 북클럽에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게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고 토의한 적이 있다.


나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나만의 요상한 기준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표지가 마음에 들어야 하고,

두 번째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야 하고,

세 번째는 목차나 책 속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한 편 영화를 볼 때는 포스터의 느낌이 마음에 들면 본다. 절대 예고편을 보지 않는 것도 나의 요상한 기준들 중 하나다.


어쨌든 나의 기준대로 보았을 때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게가 되는가'의 표지는 


무섭게 생겼다.


그리고 이내 든 생각은 


굳이 삶에서 철학까지 무기로 쓸 필요가 있나?


미국에서 한꺼번에 두 군데의 회사에 운 좋게 합격하고 가고 싶던 곳에 연봉 협상을 했을 때 당시 한국 사람이었던 부장님이 '연봉은 올려주겠습니다만 이게 나중에 ㅇㅇ씨에게 칼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봅시다.'와 비슷한 말을 해서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에 비해 이 책은 비교적 가볍다.

그래서 읽기가 좋다.

중국 저자의 책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는데, 꽤 재미있어서 하루 이틀 만에 금방 읽었다.



Part 3 내 마음이 마음대로 안될 때


책 속의 일화 #1. 걷어 차인 고양이 효과, 감정은 전염된다.


한 기사가 저녁 연회에서 주인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는 매우 화가 난 채 자신의 장원으로 돌아왔고 제시간에 자신을 맞이하지 못한 관리에게 한바탕 화를 냈다. 관리는 마음속에 울화가 치밀어 집으로 돌아온 후 별 것 아닌 이유로 자신의 아내에게 한바탕 욕을 했다. 억울한 아내는 아들이 침대에서 깡충깡충 뛰는 것을 보고 아들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그 후 영문도 모르고 뺨을 맞은 아이는 기분이 극도로 나빠져 옆에서 뒹굴고 있던 고양이를 발로 찼다.


나도 뉴욕에 살면서 천정에 비가 새서 지붕이 무너졌을 때 극도의 공포와 분노를 느꼈다. 회사에서는 일에 치이고 상사에 치이고 동료에 치이고 집에 와서는 천정에서 줄줄 흐르는 물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밀었다.

윗집에서 물이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윗집으로 찾아갔다.

당시 윗집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고, 살 사람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가 주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큰 소리로 통화하던 브로커가 문을 벌컥 연다.


"우리 집 천장에서 물이 새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에요. 혹시 물이 흐르고 있는 관을 잠가주실 수 있나요?"


브로커는 뭔가 화나는 일이 있는지 나를 벌레 보듯 쳐다보며 문을 쾅 닫아버렸다.


나는 말 그대로 눈알이 돌아갈 정도로 극도의 분노를 경험했다.

생사가 위중한 상황에서 체크조차 하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 그 아주머니가 순간 너무 미웠다.


다시 정중히 문을 두드렸다.


답이 없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답이 없다.


내 인생에서 최대로 분노가 폭발한 사건의 시발점이다.


"당장 문 열지 못해? 지금 우리 집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다고! 이 집에서 물이 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모른 척을 하다니 넌 진짜 나쁜 사람이다. 이거 안 열면 이 집이 물 샌다고 소문낼 거고, 네가 한 일을 동네방네 다 소문낼 거야! 다신 여기 사는 사람 구할 수 없을 테니까 두고 봐라!!!!"


미친 여자처럼 아파트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브로커가 벌컥 문을 열었다.

아마 나와 눈을 마주쳤을 때 내 눈에서는 불이 나고 있었을 것이다.

그제야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을 인지한 브로커는 조심스레 물었다.


"뭘 원해?"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너네 수도관이나 어디든 물이 샐만한 곳을 찾아서 잠가줘."


그녀는 아파트 한 바퀴를 돌며 벨브가 있는지 확인했고, 결국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튿날 회사를 가던 길 도어맨이 나를 부른다. 평소 친하게 지내며 이야기도 잘하던 도어맨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발길을 멈췄다.


"어제 너네 윗집 브로커가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어제 네가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을 했어?"


화가 나고 황당해 보이는 그가 나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아마 그 난리가 났는데 도어맨은 뭘 하고 있었냐고 호통을 친 듯하다.


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어제 그가 느낀 수치심과 모멸감은 내가 브로커에게 줬던 감정일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나는 내 아파트의 집주인인 랜드로드에게도 불려 가야 했고, 위층의 집주인과도 통화를 했다. 내가 얼마나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평소 조용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일을 계기로 '화는 그냥 안 내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누군가에게 낸 화는 돌고 돌아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일화#2 호손 효과, 쌓인 감정을 풀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호손 실험은 일리노이 주의 호손 윅스 공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생산성 실험이다. 연구의 최초 목적은 작업 조건과 환경 등 외부적 요인을 개선했을 때 노동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임금, 휴식시간, 점심 식사, 조명 등의 외적 요인보다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줄 때 2배로 열심히 일했다.


감정은 반드시 표출해야 하지만 합리적인 방법으로 표출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르면 첫째, 남에게 화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스스로에게 해를 입히며 분노를 자신에게 표출해서는 안 된다. 셋째, 다른 사람 앞에서 소리 지르고 소란을 피우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책 속의 일화 #3 카렐 공식, 가장 나쁜 것을 받아들여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한다.


데일 카네기의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에서 그는 카렐 공식에 대해 정의했다. 가장 나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먼저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걱정의 근원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카렐 공식의 세 가지 절차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전체적 상황을 분석한다. 실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찾는다.


둘째,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셋째, 받아들인 가장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Part 6 술술 풀리는 인간관계 기술


책 속의 일화 #4 허위 합의 효과, 다른 사람들도 내 생각과 똑같을 거야.  

                    

허위 합의 효과는 자신의 신념, 판단 및 행위의 보편성을 과장하거나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 좋아하며 자신과 타인이 서로 비슷할 거라고 가정하는 효과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내가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을 전제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다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자신의 뜻대로 상대가 의견을 바꾸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가끔 나도 모르게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라며 조언이나 충고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이를 결국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나 또한 내 이야기를 그저 들어주는 상대가 가끔은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 말이다. 결국 답은 내 머릿속에 있고, 그 생각을 바꾸는 것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상대와는 멀어지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에게 충고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


어떤 의미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Part 9 내 말을 따르게 하는 설득법


책 속의 일화 #5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 한 발짝씩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는 누군가 타인의 작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인지적 부조화를 피하고자 혹은 타인에게 일치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더 큰 요구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한 걸음 나아가 보면 타인의 작은 요구를 들어준 후 더 큰 요구를 하면 대답 일관성의 영향으로 더 큰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옷가게에서 점원이 "입어보세요" 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의 일화 #6 금지된 과일 효과, 금지할수록 더 유혹에 휩싸인다


일방적인 금지와 은폐로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코끼리를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했을 때 생각지도 않던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나도 모르게 인간관계 속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규정을 만들게 되는 순간이 때때로 찾아온다. 이런 규정은 대체로 가족이나 연인에게 더 강력하게 요구되는 것 같다.


남자 친구가 여자를 보고 눈이 돌아가길래 


'그러지 좀 않으면 안 될까?' 한 적이 있다.


남자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한 행동인 것 같았지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 이후 여자들이 지나가면 그는 고개를 일부러 다른 곳으로 돌릴 때가 있다.

나는 민망해서 그가 있는 곳을 안 보려고 한다. 그리고 괜히 자유를 억압하는 폭군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상대를 믿고 절대적인 자유를 줄 때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내가 누군가의 과일을 금지하는 일은 가급적 없었으면 좋겠다.


책 속의 일화 #7 한계 초과 효과, 설득하려 할수록 반감을 키운다


한계 초과 효과는 지나치게 자극한 시간이 오래되어 이로부터 심리적 면역, 심지어 반항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엄마의 잔소리에 처음에는 수긍하다 나중에는 화를 내는 자녀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연속해서 자극을 강하게 받을 때 우리의 마음은 적극적으로 이 자극을 무시하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다. 


끊임없이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말이 진짜 다른 사람이 꼭 들어야 하는 말인지도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다른 사람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설득하고 유도하는 의도가 있다면 무의미한 반복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의 잔소리가 누군가의 심리상태를 무너뜨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우리의 일상 속 인간관계가 훨씬 돈독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part 13.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책 속의 일화 #8 슈와르츠의 논단, 불행은 '별난 행복'일 수도 있다.


모든 일은 우리가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진짜 나쁜 일이 된다.


참새 두 마리 중에 한 마리가 조심성 없이 날다가 날개가 부러졌다. 또 다른 새는 친구가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냥꾼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것이 없는 것처럼 순수한 행복 혹은 불행은 없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단순한 감정 표출로는 다른 사람에게 깨우침을 줄 수 없고 그들을 깊이 생각하게 할 수 없다. 불행한 인생을 경험하지 못한 삶은 완전한 삶이 아니므로 불행은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다. 그러나 불행의 이면에는 행운이 숨겨져 잇고, 행복과 불행의 유일한 차이점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책 속의 일화 #9 베버의 법칙, 행복의 본질은 일종의 '민감도'다


베버의 법칙은 사람이 강한 자극을 경험하면 그는 이러한 자극에 대한 면역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래 100원짜리 물건이 갑자기 1000원이 되면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면 원래 10만 원이었던 컴퓨터가 100원 오른다면 우리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이는 곧 '얻은 것이 많을수록 느끼는 행복은 작아진다'는 것이다. 같은 빵이라도 굶주리는 가난한 사람과 종일 배불리 먹는 부자에게 주는 행복감은 철저히 다르다. 이는 그들이 얻은 행복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빵 한 조각에 대한 행복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세상을 다 가진다고 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을 감지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잇따른 욕망을 만족시키느라 너무 바쁘다 보니 행복을 감지하는, 과정의 아름다움과 고생을 잊는다. 행복은 실체가 아니라 느낌이다. 얼마나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있는가는 오직 행복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에 달려있다.


행복을 민감도에 비유한 책의 논리는 날카롭고 재치가 있다.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나는 과연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내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의 내면을 꼼꼼히 분석하고 심리학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이 책은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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