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욕꼬질이들 Jul 27. 2022

나의 첫 공유오피스 체험기

위워크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사무실을 알아보기로 결심한지 어언 반년이 다 되어갈 때쯤

이제 고민을 멈추고 무작정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특히 일에 관한 거라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점점 계획이 거창해지면서 정작 계획들 속에 실행이 묻혀버리곤 한다.


이번 사무실 구하기 프로젝트도 같은 수순을 겪고 있었는데, 결국 유체이탈 상태에 이르렀다.


나의 유체이탈 상태는 ‘생각이 과도해져서 사고하는 머리와 결제하는 손이 분리 혹은 해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상태이며,

‘해야되는데…’하면서 안 하고 스트레스만 받는 기간이 길어져 머리가 몸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는 발악과도 같은 단계이다.


독립과 사무실을 한 번에 꿈꾸던 나의 순진한 결심은 매월 고정비가 대략 200만원 들어가는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200이야 벌 수 있겠지만 마침 잘 되려는 낌새가 꾸물꾸물 보이는 유튜브를 못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동안 해온 일들을 정리하면서 유튜브에 집중하려고 공유오피스를 얻기로 했다.


‘그래. 공유오피스를 가는거야. 어디로가지?’


위워크!

왜냐!!!

내 손가락이 거길 찾았으니까!!!


유체이탈 상태에서 나는 결정이 자유롭다. 손가락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에 고객분을 패스트파이브와 위워크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위워크의 분위기가 훨씬 좋았고, 국내 공유오피스의 근본이기도 하고, 미국물 먹은 내게 친근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다니는 곳 아님 내가 찍은 거 아님 인터넷 발췌

생각이 길어지려 하자 내 손가락은 홀린듯이 투어 신청을 했고, 6개월간의 고민이 무색하게 하루만에 계약했다.


나는 올액세스라는 멤버십을 결제했는데, ‘27만 5천원에(25만원에 10%부가세 포함)/월’에 전 세계 위워크 지점을 갈 수 있는 멤버십이다.


최근 위워크는 고정석을 없애고 올액세스와 사무실 형태로만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데, 1인 사무실은 거의 100만원에 달하고, 그마저도 남아있는 공간이 없다고 한다.


아마도 실질적인 운영은 많은 금액을 지불하는 고객의 자본으로 하고, 나와 같은 올액세스 멤버는 꽉찬 로비에 일하는 사람이 북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마케팅에 사용하는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 같다.


위웍이 최근 경영난을 겪었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크고 잘나가는 기업은 뭔가 간단하고 명료하면서 멋지다.


최근 꾸준히 위웍으로 출근하며 느낀 점들, 올액세스 멤버십의 장단점을 공유해볼까 한다.


장점

내가 다니는 곳 아님 내가 찍은 거 아님 인터넷 발췌

합리적인 가격- 사물함까지 빌리면 하루에 만원 조금 넘는 금액인데, 카페에 있으면서 음료와 군것질하나 하는 정도니까 만족스럽다.


음악 선곡-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데 약간 외국의 스포티파이를 이용하는 분위기다. 전 위워크 지점이 어느 정도 통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에게는 취향 저격의 음악이 많이 나오지만 사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강할 것 같다.


라커 구비- 주로 가는 지점에 라커를 대여할 수 있다. 5만 5천원(5만원+10%부가세 5천원/월)


깔끔한 환경- 직원들이 식기류는 주기적으로 식세기에 돌리고, 알콜 스왑부터 먼지 청소까지 청소를 겁나 열심히 한다. 다만 창문이 없어서 대체 어디로 환기를 하는건지 궁금하고, 청소할 때 먼지가 날리는 것이 신경 쓰이기는 한다.


제공되는 것들- 커피, 차, 두유, 우유, 컵, 수저, 씻어서 사용하는/일회용 식기류, 키친타올, 휴지, 냉장고 등이 있고 무인 편의점도 있어서 간단한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다.


24시간 근무 가능- 오후 6시에 직원이 퇴근하고 나서, 토요일은 좀 더 일찍(아마도 오후 4시 근처?), 일요일은 하루 종일 에어컨이 안 나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바깥보다는 시원하게 일할 수 있다.

(최근 무더위에 오후 9시까지로 연장되었다.)


적당히 소란스러운 도서관 분위기- 나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독서실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콰이어트 룸 공간도 있다. 다만 위워크를 다니는 사람은 나같은 사람이 많은지 콰이어트 룸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콰이어트룸. 내가 다니는 곳 아님 내가 찍은 거 아님


전망 & 환경 좋음- 대체로 일하기 좋은 동네에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 위워크 지점들이 많고, 주변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전지점 액세스- 전 세계 위웍을 갈 수 있다는 특징으로 종종 외국인들이 보인다.


에어컨 빵빵- 오히려 너무 추워서 옷을 들고 가긴 하지만 너무 더운 날들의 연속에 저절로 일하러 가고 싶어 진다.


단점

가끔 시끄러움- 고도의 집중이 필요할 때 콰이어트 룸을 이용하면 된다.


온라인 미팅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려움- 뻥 뚫린 공개적인 분위기라 아무리 공적인 이야기라도 오래하면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것이 더 큰 단점.


클라이언트를 사무실에서 만날 수 없다- 가장 큰 단점이다. 게스트를 초대하려면 미팅룸을 빌려야 하는데, 미팅룸을 빌리기 위해서는 크레딧이 필요하다. 사람 수에 따라 다르지만 2-3명 정도는 한달에 2시간 반 정도 초대할 수 있고, 이후는 시간당 2만원 정도로 매우 비싸다.


자리 경쟁- 나는 항상 느즈막이 가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일찌감치 온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다들 몇시에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자리에 늘 비슷한 사람들이 앉아있는 걸 보면 꽤 일찍 오는 것 같다.(언제 오는지 평생 모를지도)


내가 다니는 곳 아님 내가 찍은 거 아님 인터넷 발췌

편하지 않은 근무용 의자나 책상이 많음- 어떻게 저기서 저 자세로 일하지 싶을 정도의 자리가 종종 있다. 주로 일하는 사람들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간식을 먹는 휴식용으로 사용한다.


직원 퇴근 후 분위기-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6시 이후 아예 작정하고 오래오래 수다 대잔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번잡하거나 소란스러우면 집중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위워크는 잘 안 맞을수도 있다.


사무실 가격- 쥐똥만한 1인실을 100만원 줄 바에는 사무실을 얻어서 나가는 게 좋다. 지리적으로 특별히 편하거나 장기 계약을 하지 않고 싶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환기 & 역병- 에어컨은 빵빵하지만 춥고 청소는 열심히 하지만 환기가 안 되어 답답할 때가 있다. 요즘 위워크만 갔다오면 목이 간질간질한데, 가뜩이나 사람이 많이 밀집된 곳이라 불안하다.


정기 자동 결제 시스템- 카드 정보를 위워크에 등록하고 월 별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인데 취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월 말 일 기준으로 5일 전 미리 통보를 해야한다. 통보기간을 놓치면 다음 달 비용까지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과 내 결제 정보를 꼼짝없이 넘겨야 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내게 위워크는 오래 머물 곳이 아니라 임시 거처이지만, 첫 달차인 현 시점 장단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

다만 사무실에서 일하기 싫어서 뛰쳐 나와 프리랜서가 되었는데, 두발로 자진해서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 일하고 싶어하는 사실이 그저 웃기다.


다음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큰 결정을 앞두고 나와 같은 유체이탈을 경험한다면 공유오피스에서 잠시 머물다가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돈 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