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 안녕
공유 오피스를 떠난다.
오늘 위워크에 들어오자마자 해지 신청을 했다.
떠나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당신을 붙잡을 수 있나요?'같은 문항이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고 냉정한 답변을 남겼다.
이로써 내가 잠시 머물렀던 이곳은 9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오래 있을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옥 같이 덥던 올여름을 잘 버티게 해 준 곳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지만, 매번 정해지지 않은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청소를 깔끔하게 해서 좋았지만, 8시부터 거의 1시간 동안 계속되는 청소기 소리가 시끄러웠다.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 감미로운 음악들은 무한 반복되어 다 외워버릴 지경에 노이로제가 왔고,
특히 비상계단이 다 막혀서 한 층을 내려가려 해도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타야 하는 시스템을 마주한 오늘
'이곳과 헤어져야겠구나'
마무리를 알리는 종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를 사랑해주기를 그토록 갈구했던 전남친들을 이제는 한 트럭을 갖다 줘도 안 만나고 싶은 것처럼, 이제 공유 오피스도 나에게 그런 존재다.
그래도 생애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달성했다.
이제는 진짜 나만의 오피스를 구할 차례다.
바로 구하기엔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투자부터 시작해 본 아이디어가 이 공유 오피스였다.
매우 매우 느리긴 하지만 모든 것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다.
다른 건 지겨워도 젊음과 꿈과 용기가 느껴지는 이곳의 정열을 마음껏 느끼게 해 준 이곳의 노마드 워커들은 매일 봐도 지겹지 않다.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 이 들에게 감사하다.
얼굴은 모르지만 모두 성공해서 다시 어디선가 지나칠 수 있기를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