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읽었다
책을 읽은 후기는 야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재밌다
처음엔 분위기가 기괴한 프랑스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도 프랑스도 아닌 우리만의
고유한 스타일의 기괴함이 있어 신기했다
예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은 샤이닝은 모스부호처럼 난해한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는데 채식주의자는 쉽게 쉽게 술술 읽혔고 야하고 우울해서 지치지 않고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선과 악을 규정짓지 않아서 좋았다
채식을 하는 게 무조건 좋고 무조건 나쁘고 가 아니라
뭐가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독자에게 빈 공간을 내어준 느낌이었다
친절하게 데려다 주지만 설명해주지는 않는 느낌?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고 맞고 틀린 게 사실은 있었다고 할지라도 책을 읽는 처음부터 결말까지 내 느낌은 그랬다
전체주의적인 사회를 꼬집는 것이 좋았다
한 사람이 채식을 하면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한국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
예전에 미술 학원을 다닐 때 음식에 소스를 전혀 먹지
않고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음식을 위주로 선호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친구의 사회생활까지 걱정하면서 계속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을 한 기억이 났다.
내가 한국에서 채식주의자인데 사람을 많이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회사에 다닌다면 일어날 일들은 겪어보지 않아도 상상만 해도 난감하고 끔찍하다
개고기를 묘사한 장면은 식상했다
잔인한 면모를 부각하는 부분이긴 했지만 우리가 먹은
개고기들이 과연 모두가 그렇게 죽었나?
두들겨 패서 죽이면 더 맛있어서 그렇게 죽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
인간이 잔인해지면 한없이 잔인해진다
근데 그게 나쁜 건가?
선악을 구분 짓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다 훅 들어온 자극적인 묘사는 외국인 독자를 타겟으로 한 것인가 싶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근데 원래 자극적인 작품이기도 함
작가가 김창완 씨와 나눈 인터뷰를 보았다
밝고 환하고 존엄한 인간에 관심이 있다는 작가의 말은 완전 무결한 선을 추구하는 것으로 들렸다. 그러면 인간사가 끔찍하고 우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유토피아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꿈꾸는 게 나쁜가?
이제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지적허영심에 평소 읽지도 않는 책을 읽는다고 비판하는 의견을 비판해보려고 한다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0호 골을 넣었다고 해서 평소에 축구를 안 보는 사람이 100호 골 넣는
장면을 찾아보면 그건 축구허영심인가?
그로 인해 축구가 더 관심을 받고 우리나라의 축구계가 발전한다면 훌륭한 성과가 아닌가.
자기가 꿋꿋하게 책 안 읽는다고 책 읽는 남까지 비판하는 건 한국 문학계의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독후감 정리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니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서 다른 작품들은 잠시 쉬었다 읽어야 할 것 같지만, 혹은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삼체를 읽고 혼미했던 최근 간만에 쉽게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