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외국인으로서 패션 디자이너로 취업한 사연 & 인터뷰 꿀팁
나는 미국에 있는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패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달고 일한 지 10개월 차로 접어든 평범한 직장인이다. 한국에서는 다른 전공을 했고, 그 전공으로 햇수로 5년 간 일했으며, 패션이 너무 하고 싶어서 미국에 온 케이스다.
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 후 OPT(Optional Practice Training) 상태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신청해놓고 몇 군데 인터뷰를 보고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오늘은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들, 그리고 나름대로 꿀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풀어볼까 한다.
미국은 지인 찬스가 흔하다. 미국에서 웬만한 기업에 취직한 외국인들을 보면, 주로 그곳에서 과거에 인턴을 했거나,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취업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에 가입해서 레주메를 넣고 운 좋게 취직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 혹은 인턴을 했던 경험을 통해 그곳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에 하염없이 넘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보다는, 인턴으로 일을 해서 이미 마음에 들었거나, 혹은 지인 중 믿을만한 사람의 추천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나는 이 것 또한 아직 미국에 남아있는 미국 특유의 아날로그 한 점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실력을 쌓는다. 아메리칸드림이라고 한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나는 미국이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은 좀 덜하긴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손편지에 감동하고 생일날 회사에서 다 같이 케이크에 촛불을 불며, 회사를 나가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한다. 아닌 회사도 있겠지만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그랬다. 막상 누군가를 해고할 땐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하게 잘라내면서 한편으로 그런 감성들이 살아있는 것이 어떨 때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진심으로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인맥을 누르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내 실력을 쌓는데 온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력서(Resume, 레쥬메)는 1장 이내로, 그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에 내 경험을 맞추도록 한다. 내가 본 레쥬메들 중에서는 그 회사에서 원하는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경험을 나열했거나, 혹은 I'm not fluent in English, but I can do my job. 과 같이 불필요한 자기소개로 레주메의 귀한 공간들을 낭비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내 경험과 확인할 수 있는 사실(Fact)들을 나열하고 특히 교육(Education)과 경력(Experience)에 집중하는 이력서가 좋다.
커버레터는 인터뷰를 위해 담당자에게 보내는 이메일 내용인데, 똑같은 내용을 복사 붙여 넣기 하기보다는 기업에서 찾는 인재에 맞는, 혹은 기업을 분석해서 대해 알고 있는 내용으로 한 문단 정도를 해당 기업화(Customizing?)해서 보내는 것이 좋다. 이것은 한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 정도로 줄이도록 하겠다.
이것도 인맥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미국은 이직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이 어떻게 비는지 미리 알기가 어렵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 어떤 사람은 갑자기 '나 급하게 캘리포니아 가야 돼.' 하고 2주 전에 통보한 뒤 떠나버렸다. (미국에는 그만두는 사람이 적어도 2주 전에 회사에 알려줘야(Notice)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것은 회사마다 계약서에 있는 내용들이 다르기 때문에 잘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처럼 내가 원하는 포지션의 공석이 언제 어디서 날 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놓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기업을 점찍어두고 담당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 공석이 나면 나를 채용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다.
배고프다고 떼쓰는 이들에게 밥을 주고, 찾는 자에게 복이 있도록 돌아가는 이 나라는 뭘 하든 자기 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다양한 창의적인 방법을 시도하는 것도 권장한다. 안 되더라도 시도해 본 자에게 후회가 없을 것이고 그것을 기회로 또 어떠한 문이 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취업비자(H1B)의 스폰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처음에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면접을 봤던 미국 기업에 담당자가 나에게 그것을 직접 물어보고, 자신이 그에 대해 회사에서 서포트를 해 준 이력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을 뿐 아니라, 나에게 이런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알려줘야 한다며 미국인들은 아예 그런 비자가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고마운 사람을 만난 것도 천운이다.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이득을 얻지 못하면 결국은 챙기지 못한 사람의 책임이 되는 곳도 미국이다. 미국 사람들은 참음의 미덕보다는 내 의견을 피력하고, 내가 필요한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을 높게 산다. 오죽했으면 불이 나서 죽은 아들을 보고 어머니가 울면서 내 탓이라고 하니 경찰들이 어머니를 체포했다는 이야기가 돌까.
내가 필요한 것은 누가 챙겨주지 않으니 꼭 챙겨야 한다.
내가 디자이너로 취직하는 것은 미국에 와서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굳이 복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고 뽑아만 주면 감사요 했다. 한국에서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이처럼 무한경쟁의 인터뷰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휴가, 병가, 보험에 대해 물어보는 것은 내가 취직하면 놀겠다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내 권리를 챙길 수 있는 회사인지, 내가 마음 놓고 오래도록 잘 다닐 수 있는 회사인지 취직하기 전 나 또한 결정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필수적인 절차이다. 내 소개와 어필을 한 후 대화의 끝에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질문한다. "Do you have any questions?" 전형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있나요 했을 때 거의 백 프로에 가까운 질문은 이것이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비자나 복지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종종 연봉 협상을 할 때 물어보기도 하기 때문에 눈치를 잘 볼 필요도 있다.
연봉 얘기는 보통 인터뷰 시에 언급이 되거나 혹은 취직을 시켜주기로 결정을 했을 때 연봉 협상에 들어가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보통 내가 취직할 포지션의 평균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는 검색을 해보면 금방 나오기 때문에 주변의 조언과 여러 가지를 참고해 플러스 마이너스로 잘 정하면 좋다. 그런데 내가 임했던 인터뷰 중 한 곳의 담당자가 내가 꽤 낮은 연봉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연봉을 깎으려고 했다. 그때의 나는 그 돈을 받더라도 내가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중에 올리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담당자의 시험 질문이었던 것 같다. 미국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가치가 올라간다. 물론 터무니없이 높은 가치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가치로 매겨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그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구나.' 혹은 '자기 실력에 자신이 없구나.'하고 여겨지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은 참음의 미덕을 알아주기보다는 이유 있는 큰 소리로 떼쓰며 자신감 넘치는 아이에게 밥 한 숟갈이라도 더 준다.
나는 영어로 보는 면접이 자신없어서 처음에는 대본을 외우듯 줄줄이 외워갔다. 결과적으로는 잘 외워서 내 말만 줄줄 하다 왔다. 인터뷰도 대화이기 때문에 아무리 'Tell me about yourself.'라고 해도 외워간 것은 티가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큰 틀을 잡아놓되, 진심을 다해 대화하듯이, 그리고 자신감 있게 나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대본을 외울 시간에 내 실력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예상 질문들을 뽑아(포지션 적고 interview questions 검색하면 금방 나와요. Glassdoor라는 사이트는 연봉을 정하거나 예상 질문을 알아내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입모양이나 표정, 자세 등 비언어적인 행동들을 볼 수 있도록 녹화를 해보며 인터뷰 상황에 처한 자기 모습을 끊임없이 카메라에 담으며 시뮬레이션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취업하기에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점들을 이야기해보았다. 나는 사실 취업을 준비하고 인터뷰를 한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졸업하자마자 꿈과 환상의 나라인 디즈니 월드에 다녀왔고(^^;;) 여유롭게 이곳저곳 기웃기웃 거리며 포트폴리오와 레쥬메, 커버레터를 느릿느릿 준비하다가 덜컥 취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자에만 너무 목매달지 말고 좀 더 도전을 해볼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나 또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불안한 백수의 시기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아 무한의 기회를 꿈꿀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간 노력한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면 미국에서의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정도는 아니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미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 모두 너무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는 자신감있게 가좌아 하시길! :)
젠(Jenn)
옷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거창한 꿈을 안고 뒤늦게 유학을 떠난 겁 없고 꿈 많은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