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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Nov 10. 2018

아프면 백배는 서러운 미국 뉴욕에서 병원가기

청구액에 심장 뽀개지는 미국 병원 체험기 feat.슈퍼꼰대+외국인노동자

나는 뉴욕 맨해튼에 스토어가 있고 중국에서 물건을 떼어오거나 공장에서 직접 개발하기도 하는 도매상(wholesale, 홀세일 혹은 벤더라고 합니다.)에서 일하고 있다.


패션 악세사리, 그 중에서도 주로 스카프나 판초(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개념인 윗옷에 그냥 대충 걸쳐입는 기모노같은 개념의 겉옷이에요)를 팔기 때문에 가을 겨울이 시즌이다. 이 시기에 번 돈으로 직원들 모두가 일년을 먹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지금이 제일 바쁘고 다양한 일에 투입된다.


잠시 논외로 말하자면 나는 사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맘에 안든다. 누가 회사생활을 좋아하겠냐만은, 특히 나는 여기서 일하면서 인터뷰 때 오너의 성향을 파악하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기업의 사장님이 섬기는 신은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인드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만약 훗날 오너가 된다면 적어도 돈을 섬기지는 말아야겠다는 깊은 성찰을 하게 해 주는 고마운(?) 회사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에 사는 한국분들 중 흔히 말하는 꼰대는 한국의 꼰대와는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약간 공격적인 어감이 있기에 내가 말하는 꼰대의 정의를 나름대로 세워보고자 한다.


1. 자기말이 다 맞다. 답정너

2.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자기만의 방식을 모두에게 강요한다.

3. 내가 너 나이에는~ 영웅담 혹은 안궁금하고 안물어본 이야기를 자꾸 반복해서 함

4. 요즘 젊은 친구들은~ 결론은 디스

5. 조언인지 잔소리인지 충고인지 경계가 애매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왜 굳이굳이 하는걸까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함.

6. 나이와 서열을 동급으로 생각함. 몇살인지가 초미의 관심사. 나이에 관계된, 예를 들면 ‘으른’ 등의 단어를 많이 씀.


이 여섯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경우가 내가 여기서 만난 슈퍼 꼰대라고 칭하는 집단이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꽤나 보수적인 집단에서 근무를 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미국판 꼰대는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그 원인을 분석한 목록들이다. 정말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회사^^


1. 그들이 미국땅에 발을 디딘 순간 그들의 한국적 사고는 딱 그 시점에 멈춰있다.

2. 다양한 사고를 가진 한국인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소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때문에 꼰대력이 강화된다.

3. 미국에는 한국의 ‘꼰대’라는 단어나 개념이 한국처럼 확실히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비판하는 사회적인 통념이 다소 없다.


아무튼 갑작스레 난입한 한국에서 온 미국꼰대설은 참고용으로 사용하시고 혹시 한국기업에 면접을 본다면 이 점들을 주의하여 살펴보시길^^....(욱하고 썼다가 급훈훈한 마무리...정보전달보다는 개인적 감정이 많이 녹아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ㅜㅜ)


어쨌든 그런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오만가지 일에 다 동원이 되곤 하는데, 심지어 특별 주문된 몇천개의 제품에 가격표 붙이는 작업마저 뉴저지에 있는 창고(warehouse, 웨어하우스라고 합니다.)에 가서 하게 되었다. 흡사 공장에서 하는 단순반복작업에 투입되어 3일 동안 연달아 일한 뒤, 스토어에서는 도매인지라 거래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계속 빠져나가는 물건들을 나르고 선반에 올리고 하다보니 결국 손목이 시큰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딱히 보험도 없고 휴가도 없는 회사이기에 병원비가 무서워서 집에서 온찜질을 하며 버텼지만 끊임없는 노동에 통증은 더 심해져만 갔다. (이 정도면 인간극장 혹은 극한직업아닌가? 내 다음 회사는 어디라도 이보다 즐겁게 다닐 것만 같은 고마운 회사^^아 다시 또 눈물이...)


그래서 결국 병원을 찾게 되었는데, 미국병원의 특이한 점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손목 통증 병원(wrist pain hospital) 이라고 치면 손 전문 병원이 나온다. 미국 사람들은 보험이 있어도 너무 비싼 병원비 때문에 웬만하면 병원을 잘 가지 않는다는데, 그 때문인지 손 전문 병원의 환자들의 리뷰는 인상깊었다.

예를 들면 손이 기계에 물려 절단되고 다 부스러졌는데 감각이 100프로 살아났다. 혹은 뭐하다 손가락 몇 개가 동시에 부러졌는데 감쪽같이 붙었다. 혹은 손이 어쩌다 다 터졌는데(?) 꼬매는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도 없이 다 감쪽같이 고쳐주고 자국도 없다.


정말 프로페셔널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무시무시한 리뷰가 특히 많은 몇 군데에 순진하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 중 한 군데와의 통화는 이랬다.


“몇 주 동안 손목이 아프다가 오늘 좀 심해졌는데 오늘 중 예약을 잡을 수 있을까?”

“한번 알아볼게. 너 보험 뭐 갖고 있는데?”

“...난 보험이 없어. ㅠㅜ흑흑”

“그럼 진료비만 600불이야. 괜찮니?”

“아니. 안 괜찮아. 다른 곳들도 다 그 정도일까?”

“음 보험이 없다면 cityMD로 가봐. 거기는 진료비가 다른 곳보다는 저렴할거야.”

“고마워!!!!!”


그렇게 씁쓸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서 구글에 cityMD를 찾아본 결과, 맨해튼에 아주 많이 있을 뿐 아니라 더 좋은 점은 밤 늦게까지 한다는 점이었다. 가보니 약간 응급실과 학교 보건실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름 그대로 시에서 운영하는 내과+응급실같은 개념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징으로는

1. 보험이 없어도 진료비는 120불.

미국에 있는 한국병원도 150불-200불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병원치고 매우 저렴한(?) 편. 보험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또르르.


2. 예약이 없다.

예약없이 그냥 가서 처음이라면 알려주는 대로 기계에 등록을 하고 차례를 기다리면 된다. 단, 신분증 지참은 필수! 등록 시 스캔하고 환자명단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뉴욕시 아이디 카드도 괜찮다. 대체로 신분증의 기준은 카드에 얼굴, 생년월일, 만료일(experation date)이 있으면 된다.


3. 오픈 시간이 길다.

오픈 시간은 오후 8시까지 인 곳도 있고, 10시, 심지어 자정인 12시까지 오픈하는 곳도 있다. 그리고 응급실답게 주말에도 연다.

다양한 지점들. 이게 전부가 아니라 목록에는 훨씬 더 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열고 평일에 일 마치고도 갈 수 있다.

4. 한국의 내과 혹은 가정의학과 같은 느낌

쓸데없는 과잉진료가 없고, 국가에서 정해놓은 응급실이니만큼 의사선생님들도 돌팔이의 걱정은 거의 없다. 진료결과 심각하다면 더 큰 병원으로 보내는 중간 병원의 느낌이기에, 매우 심각한 경우보다는 나처럼 가벼운 증상을 위해 1차적으로 가는 병원으로 추천한다.


두서없고 정신없이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짠내나는 미국 병원 및 한국계 미국회사 리뷰였다.


결론은 미국에서는 병원에 갈 일을 안 만드는 게 최고!!!!!!


유학생 및 미국생활하는 분들 부디 추워진 날씨에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라요.





젠(Jenn)

옷으로 사람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안고 뒤늦게 패션에 뛰어든 꿈 많고 겁 없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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