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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욕꼬질이들 Sep 28. 2022

아 연애하고 싶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의식의 흐름


마지막으로 연애라는 것을 한지 2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30대의 2년은 연애 나이로 20년쯤 된다고 생각한다


가을을 타서인지

전 남친의 여자친구 얼굴을 봐서인지

예쁜 커플의 웨딩 스타일 컨설팅을 해서인지

아기 공장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호르몬의 영향인지(->이것일 확률 99%)


연애하고 싶다.


아, 얼마 전 요즘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스트리머 침착맨이 결혼을 추천하는 영상을 본 게 가장 큰 것 같다

이 세상에 침착맨이 무수히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딩크로 살고 싶은 나를 이해해주는 침착맨이면 더 좋겠다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듯이 무기력해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저 남자

은근 다재다능하고

재밌고

센스 있고

가정적이고

매력 있지만

유부남이다


슬프지만 내 또래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나는 편견이 많다.

것필링(gut feeling)이라고 부르는 일명 ‘촉’이 발달한 편이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그 추측은 대략 맞는 편이라 나의 편견은 나날이 굳세어지는데, 그것이 점점 아집이 되는 것 같아 요즘들어 두렵다.


내 생각에 편견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무형의 그 무엇이든 무언가에 의해 물리적이나 정신적으로 다치고 싶지 않아서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어기제 같다.

편견은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행동에 제약을 준다.

연애를 예로 들면 썸 타는 남자가 분노조절장애 같은 모습을 보이면 엄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데이트 폭력이나 가스 라이팅을 당하지 않게 해주는 반면에, 확실치 않더라도 낌새가 조금만 보이면 도망가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편견을 버리면 사기를 당할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사기는 편견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욕심을 부려서 당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이상한데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서 엄연한 팩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나도 몇 번 그랬다)

욕심과 편견을 버리면 속아서 분할 일도 없고 동시에 자유로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연애에서 나는 편견과 욕심을 버리기가 너무 어렵다.

지난 연애들에서는 상대방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분석하고 해석하기 바쁘고, 상대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믿지 못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몰랐다.


이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할 일이 너무 많고 먹고살기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

 욕심이 많고,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고(배가 부르는 것도 무섭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가  무섭다) 모성애가 많지도 않아서(아기가 울거나 징징거리는 소리가 싫다. 그들은 응당 그것이 의사표현이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을) 딩크로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 와중에 아기가 있으면 돈이 많이 들어서 안 낳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사절인… 나의 까다로운 취향


일과 결혼한 채 혼자 살아야 하는 걸까

나중에 나이 먹으면 외롭겠지

바빠서 외로울 틈이 없을까

나의 겁나 까다로움을 채워 줄 수 있는 유일한 AI로봇 남편이 조만간 현실화되지 않을까

그 남편 살 수 있게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놔야겠다


인생 뭐 있나 독고다이로 가는 거야 하다가도,

낙엽 냄새나는 가을밤에 손 꼭 잡고 사랑을 속삭이며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상처받을까봐 맨틀핵에 꽁꽁 숨겨두었던 연애 세포가 또 까먹고 꿈틀거린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텐데.


뭐가 됐든 오늘만큼은 편견과 욕심을 다 버리고 고요한 월든 호수 근처 오두막에 훤칠한 총각 한 명 데려가 오손도손 살고 싶은 싶은 밤이다.




쿡 쿡 쿠욱


허벅지 찌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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