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욕꼬질이들 Nov 10. 2022

남의 말에 기분 상할 필요가 없는 4가지 이유

우주최강 초예민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법


나는 예민한 편이다


다시 말하자면 매우 예민하다


‘예민하다’는 정의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니 내가 가진 예민함을 대표하는 신체 증상들을 몇 가지 말하자면,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와서 커피를 못 마시고,

유당 불내증이 있어서 우유를 못 마신다

밀가루(글루텐)는 소화를 잘 못 시키고,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다음 날까지 하루 종일 메슥거리고, 약이나 죽을 먹으며 고생하는 일을 한 두 달에 한 번씩 반복한다

화장품 향이 강하거나 성분이 독하면 피부가 쉽게 뒤집어져 민감성만 쓰고,

과민성 증후군이 있어서 평소에도 화장실에 자주 가고,

뜨겁거나 차갑거나 맵거나 짠 걸 먹어도, 양치를 해도 미세먼지가 안 좋아도 콧물이 먼저 반응한다


이 살기 서글퍼지는 신체 증상들 외에도,

‘시끄럽고 반복적인’ 소음을 매우 싫어하고,

갑자기 놀라게 하는 것에 소스라치게 반응하고,

누군가 민폐를 끼치고 있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 자리를 피하곤 한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소라 님의 가사처럼

나도 화가 참 많다


식생활은 조심하면 되지만, 갖은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운동이나 취미를 갖자니 쌓인 할 일들이 생각나 시작할 엄두가 안 나고, (그렇다고 그 시간에 전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삘 받아서 불사르고 쉽게 지쳐서 뻗어버림)

가끔 정말 이렇게 살다 간 죽겠다 싶을 때 틈틈이 하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렵다.


그래서 명상이나 알아차림과 같은 다양한 심리 수업을 읽고 들으며 연마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 기술이고, 최근에는


‘마음에 미워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태’


를 만들어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상태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놀라울만한 일이다.

우울함은 나를 싫어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 ‘사람’에는 나 스스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 초반에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쉽게 상처를 받고, 그들을 남몰래, 혹은 다른 사람들만 다 알게 뒤에서 욕하고 미워했었다. ^^;;


하지만 최근에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을 몇 가지 발견했는데, 말로 상처 주는 사람들의 유형을 4가지로 요약해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1. 공감성 지능이 낮은 사람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지 모른 채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공부 머리가 타고나지 않은 아이가 있듯이, 감정을 헤아리거나 보살피기를 어려워하는 성인도 있다.

공부 머리가 타고나지 않은 아이에게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냐고 타박할 필요가 없다. 그 아이도 다른 일에는 잘하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공감성 지능이 낮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같은 기준을 들이밀며 왜 공감을 못해주냐고 타박할 필요가 없다.


2. 상처받는 역치가 높은 사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자존감이 높을수록 상대가 하는 말에 비교적 상처를 덜 받고, 자존감이 낮을수록 상대의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속 깊이 꽂히는 것 같다.

그 중에는 상대의 의도를 굳이 비비 꼬아서 듣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

상대가 하는 말이 무해한 의도인지 정말로 상처를 받을만한 말인지, 때로는 직접 물어보거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3. 일부러 상처 주는 사람

제일 기분 나쁘고, 동시에 가장 기분 나쁠 필요가 없는 경우이다

내가 기분이 나빠지고 상처를 받으면 이 사람이 원하는 의도에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 사람의 미움은 그 사람의 것일 뿐, 그것을 굳이 넘겨받아 스스로를 고생시킬 필요가 없다

다만 본인 의도에 안 넘어간다 싶으면 약이 올라서 점점 더 강도가 심해질 때도 있다(많다)

너무한다 싶으면 최대한 안 마주치도록 거리를 둔다

이제와 생각하면 온갖 가시 돋친 말들을 하나하나 고이 마음속에 새기면서 나 자신을 고통 속에 남겨두고 괴롭힌 것이 너무너무 미안하다


4.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

일부러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삶이 행복하지 않고, 질투나 화가 많은 사람일 수 있다

내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미워하기가 더욱 쉽다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싫고,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측은하다

해결책은 그저

인생이 안 행복한가 보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애잔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쉽게 바스라지는 멘탈의 소유자인 나에게 매우 어려운 수행이지만, 내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예전의 내 모습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주듯이, 측은한 마음으로 자애롭게 바라보고 포용하는 아량을 갖는 것이다.


내가 살면서 상처받은 일만 또렷하게 기억하듯이, 나도 무심결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수한 상처를 줬을 것이다.

다양한 인간관계와 기나긴 대화 속에서 아무도, 한 번도 상처받지 않는 유토피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 봐 선뜻 아무 말도 못 하는 관계 또한 친밀해지기 어렵다.

상처를 받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다가가고, 상처를   있더라도 가끔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으며 서로의 속내 시원하게 털어놓을  있는 것이 건강한 관계로 가는 길이 아닐까?




이러다 또 상처받았다고 질질 울지도 모르기에 의문형으로 마무리하는 방구석 소크라테스
매거진의 이전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에 대처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