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미국인과 연애한 지 1년 하고도 5개월 차에 접어든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과 연애를 해 본 것도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이 되었다. 딱히 만나고 싶은 연인의 국적을 정해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 해서 외국인을 넣어두지도 않았던 터라 아직도 종종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일 년 넘게 만나고 나서 깨달은 것은 결국 사바사 케바케라고 국적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 차이가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은 미국에서 남자(혹은 여자) 만나는 다양한 방법들, 그리고 다음에는 다른 나라 사람과 사귀는 사람으로서 내가 ‘개인적으로’ 다르다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사실 나도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학교나 친구 소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그것은 인맥이 보통 넓지 않은 이상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고, 나는 디자인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가 적기도 하고, 있더라도 동성을 좋아하는 친구가 많았다. 그리고 친구가 소개해줬던 마지막 전남친이 내 인생 최악의 남자였다는 것을 미뤄봤을 때도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를 시도해서 현재의 남친을 만나고 즐겁게 연애 중이다.
다만 내가 소개하는 모든 방법들의 전제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꼭 이것을 해라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방법에는 이런 것들도 있다는 것이니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도.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까?
나는 요가처럼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사람도 만나려 한다면 요가, 벨리댄스, 발레, 필라테스 같이 정적인 운동보다는 좀 더 동적이거나 파트너와 함께하는 운동, 예를 들면 크로스핏이나 격투기, 춤 같은 운동이 좋다. 왜냐하면 1. 지속적으로 꾸준히 만나게 되고 2. 몸을 움직이며 친해진다는 점에서 사람을 만나기에 괜찮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만한 스포츠 클래스들이 기본적으로 한 달에 200불 정도 하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그나마 저렴한 것은 이벤트 형태로 이뤄지는 원타임 클래스겠지만 말 그대로 일회성이기 때문에 꾸준히 만나고 친해지는 관계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꾸준히 헬스장에 다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오는 시간에 맞춰서 꾸준히’ 가거나 나이키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나이키 트레이닝 등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순수하게 나이키 트레이닝에 참가하려고 자신의 휴가기간 동안 캐나다에서 뉴욕까지 와서 우리 집에 묵다 간 사람도 있었다. 티 없이 맑았던 그분도 처음에는 그냥 운동을 하러 오셨지만, 어느새 카톡 프로필 사진이 거기서 만난 남정네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어를 공부하는 장점은 앞서 살펴본 운동과 같이 1. 지속적으로 보는 데다 2. 중간중간 반 친구들과 함께 배운 언어를 활용해보면서 이야기도 나누기 때문에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관심 있는 언어를 배우면서 좋은 친구나 연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프랑스어를 배우러 다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남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옆 반은 일본어 수업이었는데 거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조금 더 많았다. 내 남자 친구도 일본어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어 수업을 들었었는데, 거기에도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고 했다. 언어를 배우면서 아시안 문화에 관심이 있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나 연인을 만나고 싶다면 중국어나 일본어 클래스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전제는 내가 관심이 있고 내가 배우고 싶은 언어라면 말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방법들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데이팅 앱에는 현실세계에서 데이트하기 어렵거나 하룻밤 상대를 찾는 사람만 가득하지 않을까 등등의 편견은 나도 있었고, 그 편견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변에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데이팅 앱을 통하지 않고서는 연애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도 딱히 아니다. 아무래도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활발하지 않고서는 생활 반경이 그리 넓지 않고 만나는 사람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꽤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데이팅 앱은 어찌 됐든 관심 있는 상대방과 만나는 관계를 전제로 하고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꽤 오랜 기간 잘 두고 지켜본다면, 충분히 좋은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만 데이팅 앱이라는 특성상 섹스를 전제로 가볍게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분명 꽤 많은 비율로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그렇다고 실제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다(!)), 자신이 어떻게 연애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부터 잘 생각해보고 상대방과 입장이 잘 맞는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나 혹은 만나기 전부터 이야기를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인기 있는 앱을 몇 가지 소개해보겠다.
무료 데이팅 앱
- 틴더(Tinder), 범블(Bumble), 오케이 큐피드(Okcupid), 힌지(Hinge)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데이팅 앱들일 것이다. 무제한으로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그만큼 인간적인 면(humanity)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느낌이 있다. 하지만 많이들 이용하는 만큼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내가 전에 인턴 하던 곳의 같이 일하던 동료도 틴더로 좋은 사람을 만나 일 년 넘게 연애하고 있었다. 나는 저기 언급된 앱들 중 틴더를 제외하고 다 사용해봤지만 나와는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하루도 지나기 전에 지웠다. 나처럼 탐색(?) 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사용하는 도구보다는 내가 가진 눈과 심장을 단련시켜서 거를 줄 아는 안목을 기른다면 꽤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처음 데이트를 나간다면 주변 친구에게 미리 말해두고,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등 조금은 조심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주변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봤을 때 신뢰가 가는 순서는 범블> 틴더> 힌지>>>오케이큐피드. (지극히 극소수의 표본만을 보고 혼자 생각해 본 추천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 커피 밋츠 베이글(Coffee Meets Bagel), 줄여서 CMB라고도 부른다.
이 앱은 내가 기존에 언급된 앱들보다 조금 더 오래 사용했다. 하지만 이 앱도 연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은, 특히 한국인을 만나고 싶은 유학생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앱의 특징이 교포와 같은 한국인이나 동양인들이 많이 특히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앱 개발자가 한국인들이라서 그렇다는데 정확한 건 나도 모르겠다.
또 다른 특징은 하루에 소개해주는 사람의 수가 정해져 있고, 누군가에게 호감을 표시하려면 커피콩? 인지 뭔지를 사던지, 아니면 매일 출석해서 일정한 양을 발급받아서 모아야 한다. 이 귀찮음 때문에 미국인들이나 나처럼 귀차니즘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안 하나보다. 그래도 다른 앱에 비해 사람들의 퀄리티가 괜찮다는 소문이 있다. 남자들은 아무래도 먼저 접근을 하는 쪽이니,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나 뭐라나.
유료 데이팅 앱
- 매치닷컴(Match.com) & 이하모니(Eharmony)
이 유료 데이팅 앱들은 내 인생 최악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던 나에게, 무척 친한 언니가 자신의 직장 동료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고 소개해 준 앱이다. 별 기대 안 하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서 첫날에 처음으로 뜬 목록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지금 1년 반 째 만나고 있다. (앱밍아웃)
우선 단점 중 하나로는 다른 앱에 비해 남자들이 착해 보이긴 하는데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인데, 주변과 나를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경험이니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충분히 느낌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점이자 장점은 돈을 내는 것. 3개월에 70불 정도를 냈던 것 같다. 그래 봤자 한 달에 20불 조금 넘는 돈을 내는 사이트라서 그런지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잘 되어있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반면 장점이라면 아까 단점에서 언급했듯 외모가 무척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무진장 착한 느낌의 사람들. 그리고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물론 당신도 같은 입장일 경우에만 장점이지만. 특히 내가 이용했던 이하모니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등록하고 프로필을 만들어 상대와 매칭 되기 위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의 개수가 적어도 백개가 넘었다는 것이다. 귀찮기도 했지만 다 상대방을 만나는데 중요한 질문들이었고, 거기에 70-80% 정도 매칭 되는 사람들을 나 대신 찾아주다니! 만나서 천천히 알아가며 올 수도 있는 현자 타임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하모니 광고인가) 물론 상대가 진실하게 대답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만나면서 잘 지켜봐야겠지만.
여하튼 다행히 내 남자 친구는 무척이나 솔직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서로 이해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가 않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해가 생겨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달까? 취향이나 성격 같은 데서 나와 비슷한 점도 많고 말이다.
meetup.com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meetup 앱을 깔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거기에 맞는 모임을 추천해준다.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언어 교환 모임이나 놀러 다니거나 먹으러 다니는 모임, 혹은 일 년에 30불 정도의 회원비를 내고 센트럴 파크에서 다 같이 주말 아침에 조깅하는 클럽 등도 있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보기에 괜찮은 것 같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안나가봤지만 센트럴파크에서 주말 아침에 운동을 하는 밋업은 한 번쯤 가 보고 싶다.
nyc volunteer로 구글에 검색해보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이 나온다. 나는 그중에서도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에 두 번 참여했다. 함께 참가했던 사람들이 너무 좋고 남을 도우면서 내 기분도 좋아지니 굳이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는 강력추천이다.
클럽이나 바에서 만나는 것은 미국에서 굉장히 흔한 것 같다. 하지만 진지하게 만날 사람을 원한다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조금은 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good bar/club to meet guys/girls이나 speakeasy bar/club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좋은 스팟들이 나온다. 한국 사람과 만나려면 맨해튼 코리안타운에 소주 이야기, 3rd floor, maru 등 술집이 많고 클럽은 circle, mission 등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지금까지 미국에서 연애하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밖에도 창의적이고 좋은 방법이 있다면 같이 공유하며 힘든 타지 생활에서 풋풋한 활력을 얻어보아요.
그럼 이만 총총.
젠(Jenn)
만들고 경험하고 소통하고 사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