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욕꼬질이들 Oct 20. 2019

안녕, 내 사랑.

미국 남자와 연애는 처음이라 ep.27


우리는 게으름뱅이 커플이다.


수 일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날이 오면 일찌감치 나와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커플들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계획부터 잘 세우지 않을 뿐 아니라, 계획을 만들더라도 금세 귀찮아져서 지키는 일이 잘 없고, 가끔 지킬 때는 아슬아슬하게 지킨다.


 그러던 우리가 달라졌다. 겨울잠에서 일찍 일어나 버린 월동 동물처럼 다양한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1. 다 부셔버리겠어.


해 질 녘까지 뒹굴대다 갑자기 뛰쳐나와 택시를 타고 한 시간 동안 맨해튼으로 달린다. 내리니 the Wrecking Room(때려 부수기 방)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다.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일명 ‘스트레스 해소방’이다. 밖에서 보니 이용하던 손님이 집에 가는 길에 가게 바깥도 다 부셔놓은 듯한 모습이다. 언뜻 보면 망해서 장사를 안 하는 가게 같다. 들어가는 문을 찾는데만 한참이 걸린다. 겨우 문을 찾아내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리모델링 중이라고 한다. 과연 리모델링인지 원래 컨셉인지 헷갈릴 정도로 내부도 심상치 않다.


한국의 유튜버가 올린 스트레스 해소방 체험 영상에서 그들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던데, 여긴 그런 거 없다. 위생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부서진 파편이 날아오면 무방비 상태로 맞아야 한다는 점은 위생보다 두렵다.


마침 6명 무리의 여성들이 시간을 채우고 나왔다.


“와우!! 스트레스 완전 풀려!!!!”


“그치. 나도 너무 좋았어.”


“전남친들만 생각했더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 아, 통쾌해!!!”


그녀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점을 찍은 것 같다. 모두 얇은 소재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었다. 복장 안전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직원이 룰을 설명해준다.


“저기 바구니들 중에 하나 골라서 들어가요.”


설명 끝이다.


바구니 안에는 전화기 한 대, 컵, 그릇 몇 개가 있다. 방 안으로 들어가니 TV, 프린터기, 야구 방망이, 망치, 쇠 꼬챙이 같은 것이 있다. 이제 있는 대로 모두 깨부수면 된다.


나는 오감이 예민하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도 싫고, 망치는 무거워서 팔이 아프다. 부서지는 유리 조각이 혹시나 내 부츠에 들어갈까 신경이 쓰인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는데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민익씨는 신이 났다. 그동안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안 부수고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다. 멀찌감치에서 귀를 틀어막고 한 마리 성난 고릴라 같은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도 작정하고 부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스트레스를 풀러 왔는데 시도는 제대로 한 번 해 봐야 할 것 같다.


“잠깐 멈춰 봐!!!”


성난 고릴라가 멈칫한다.


“나도 해 볼래.”


나는 이내 암컷 고릴라가 되었고, 민익씨는 폭주하는 나를 말렸다.



#2. 동물원 비수기 체험


“동물원에 가고 싶어!”


뒹굴거리다 해가 질 무렵에 허공에 대고 외친다. 민익씨가 대답 대신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차로 한참을 달려 동물원에 도착한다.


나는 예전에 이미 친구와 함께 하루 종일 온갖 동물을 다 봤다. 맨 꼭대기에 살던 호랑이, 사자, 고릴라 같은 동물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민익씨는 어릴 적에 와 보고 처음 왔단다. 도착하자마자 사자 우리로 향한다. 아쉽게도 3월에는 멋있는 동물들이 모두 실내의 우리에서 쉰다. 동물원의 비수기다.


민익씨가 온갖 새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고 싶어 한다. 그는 새를 한 마리 키운다. 우리가 처음 데이트를 할 때 그가 키우는 새는 우리에게 아이스 브레이커였다. 반려동물은 처음 본 상대와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에 좋다.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새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그는 어떻게 키우게 된 건지 궁금하다.


“어쩌다 새를 키우게 된 거야?”


“회사에서 동료가 사정이 생겨서 키울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아서 데려왔어.”


음, 이해가 간다.


세계 각국 몇 백 종류의 새가 모여있다. 뉴욕의 어디서나 보이는 비둘기를 달가워하지 않고, 내 머리 위에 한 마리라도 날아가면 기겁을 하는 나지만, 그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한다.


날씨도 춥고, 성수기도 아닌 데다, 시간도 끝나가니 동물원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난겨울 식물의 정체성을 잊고 식물원에 갔다가, 황량한 들판만 실컷 보고 돌아온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실망하던 중에 공작새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우리 곁으로 뛰어오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꿈을 꾸는 줄 알았는데, 공작새 무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나 보다. 자판기 앞에 한 마리, 푸드코트 식탁 위에 한 마리, 우리와 함께 걷는 무리 몇 마리. 공작새들과 길을 함께 걷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아무도 관리를 안 하나 봐!”


한참을 낄낄대며 공작새와 함께 사진을 찍는다. 폐장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우리의 짧은 동물원 체험을 마무리했다.



#3. 리액션 부자가 된 커플 데이트


“방 탈출 게임방(Escape Room)에 가볼래?”


친구가 많지 않은 우리가 커플인 친구를 찾아 커플 데이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방탈출 게임은 넷이 해야 재밌다. 불타는 사명감을 안고 같이 갈 사람들을 수소문한다.


“저스틴이 간대.”


저스틴은 내가 민익씨를 만나기 전부터 궁금해하던 인물이다. 민익씨를 온라인 상에서 만났을 때 그의 프로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존경하는 사람’에 저스틴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기억해보자면 대략 ‘대화하면 재밌고, 아는 게 많고, 배울 점이 많다’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아빠도 엄마도, 위인들도 제치고 존경하는 사람에 들어갔을까.


“같이 갈 친구를 찾았어?”


“아니, 아직. 좀 더 찾아볼게.”


주변에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별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 나 방탈출 되게 좋아하는데.”


같이 사는 룸메이트 민정이가 말한다.


“같이 갈래? 내 남자 친구랑, 내 남자 친구의 사촌도 온대.”


저스틴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몇 장 보여준다. 맑디 맑은 파아란 눈동자에 눈매가 살짝 쳐져 휴 그랜트의 눈 같다. 셀카가 꽤 많은 것을 보니 본인도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페이지를 밑으로 내리다 보니 그가 써 둔 시가 보인다.


‘응? 페이스북에 시를...?’


갸우뚱했지만 별생각 없이 만난다. 우리는 방탈출 게임을 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뭉친 모임이기 때문이다. (민정이와 저스틴의 생각은 달랐을 수도 있다.)


사진 속 과는 전혀 다른 저스틴이 서 있다. 최근 20~30킬로가 쪘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얼핏 봐도 100킬로는 훌쩍 넘어 보인다. 얼마 전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서 어마어마한 벌금의 빚이 있고, 몇 개월간 운전도 못하게 됐단다.


민익씨가 본받고 싶은 사촌의 실체를 확인하니 애통하다. 민정이는 방탈출 게임방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리에게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과연 저스틴의 어디에 민익씨가 본받을만한 점이 있는지 탐색하랴, 민정이 눈치를 보랴, 여기서 내 두 눈 알이 제일 바쁘다.


“얼른 게임하고 나가자!”


모두의 주의를 게임으로 분산시킨다. 잠수함에서 탈출하는 미션이다. 방의 구석구석에 있는 힌트들을 찾아내 최대한 빠른 시간에 탈출해야 한다.


자주 해봐서 인지, 빨리 나가고 싶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민정이는 셜록 홈즈 뺨치는 활약을 한다.


“이거 봐!”


그녀가 가리키는 곳마다 힌트를 풀만한 실마리가 있고, 우리가 고민에 빠지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저스틴이 금세 모든 일을 해결했다.


민정이와 저스틴이 본인들의 명석함을 자랑할 때, 민익씨와 나는 안 맞는 열쇠를 끼웠다가 안 빠져서 소품을 부술 뻔하거나, 결정적인 힌트를 잘 못 읽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나중에는 리액션을 담당하며 그들 덕분에 덩달아 방을 탈출할 수 있었다.


“밥 먹으러 갈까?”


함께 게임을 하고 나니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저스틴이 똑똑해 보인다. 게임 하나 가지고 인상이 달라지는 것은 우습지만, 그가 없었으면 평생 그 방에서 못 나왔을지도 모른다.


“무슨 일을 해?”


“고층 빌딩에 있는 창문들을 디자인 해.”


“우와, 어떻게 일하는 거야? 진짜 신기하다!”


“우선 고층 빌딩에는 바람이 강하니까 어떤 두께나 크기로 맞출지 정하고, 빌딩 디자인에 따라서 창문도 조화롭게 디자인 해.”


고층 빌딩에 있는 창문을 디자인하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중에 듣기로는 수입도 좋단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눈이 반짝인다. 저스틴은 착하고 재밌고 마음이 따뜻하다. 아는 것이 많고 자주 사색에 잠긴다. 페이스북에 시를 적은 이유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지만, 분명 배울 점이 있는 사람 같다.


민정이는 밥을 먹자마자 도망치듯 인사도 안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저스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 보다.


ㅠㅠ



#4. 귀신 들린 마을



“어디로 갈까?”


민익씨가 휴가를 냈다. 우리는 첫 번째 여행을 계기로 헤어진 경험이 있다. 이번 여행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헤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만이 나의 최대 관심사다. 


민익씨가 몇 군데 제안을 했다.

뉴포트라는 곳은 로드 아일랜드 주에 속한 작은 섬마을인데, 가면 할 것도 많고 예쁜 동네인 것 같다. 구글에서 검색한 사진들이 아름답다. 가보고 싶다.


“이번에는 하기 싫은 건 하기 싫다고 꼭 말해줘. 억지로 맞춰주겠다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없이 힘든 표정으로 옆에 있으면 나는 정말 이도 저도 못하겠고 너무 힘들어.”


“알겠어. 이번에는 피곤하면 꼭 말할게.”


민익씨가 결심한 듯 비장하게 대답한다.


뉴포트를 향해 4시간을 달려간다. 미국 와서 처음 해 보는 로드 트립이다. 미국 드라마에서 봐 온 로드 트립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차 뚜껑이 열릴 정도로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아주 신나는 여행이었다. 우리도 처음 한두 시간은 가열차게 즐기며 퀸의 돈 스탑 미 나우를 열창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교통체증은 우리를 진정시켰고, 조수석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길 찾기를 돕던 나는 현기증이 나고 눈이 감겨온다. 티비 속 로맨틱한 로드 트립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운전을 하는 모습으로 돌처럼 굳어진 남자 친구 곁에서 엽기사진을 잔뜩 찍으며 잠을 이겨낸다. 그의 콧구멍, 귓구멍도 찍고, 가끔 안마도 해주고 농담도 던지고, 근처에 차가 화나게 하면 내가 대신 (창문을 꼭 닫고) 소리도 지르다 보니 뉴포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마을 분위기가 이상하다.


분명 예쁜 건 사진 속 그대로인데 모두가 떠나버린 마을처럼 인기척이 없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던 중 숙소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가 우리뿐이다. 건물은 좋은 버전의 여인숙 같은 느낌인데, 아침식사 시간에만 직원이 잠시 들르고 밤에는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혹시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진다.


다행히 아침이 밝았다. 귀신 들린 마을 여인숙의 아침식사는 매우 맛있다.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점심시간에 눈여겨봐둔 재미있는 액티비티를 하기 위해 이곳저곳이 전화를 건다.


알고 보니 뉴포트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섬마을이라, 재미있는 행사들은 여름에만 진행하고 우리가 방문한 4월은 비성수기 중에 ‘핵’ 비수기인 것이다.


카트, 요트,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눈여겨보고 왔는데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우리의 여행은 저주가 걸렸어.”


민익씨가 좌절한다.


“괜찮아. 뭔가 여기 근처에서 할 만한 게 있는지 찾아보자.”


다행히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로드 아일랜드 시내로 나가면 미니 골프, 도끼 던지기(?), 미니 카트 레이싱 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고, 뉴포트 내에도 직접 유리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유리공예 체험장이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리스트로 쭉 적어보고,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골라 순서를 매긴 후, 둘 다 하고 싶은 것들을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 첫 번째 이별 여행으로 얻은 아이디어다.


이 남자 이번엔 제대로 결심을 했는지, 도통 힘든 기색이 없다. 운전을 너무 오래 해서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괜찮아 보인다. 계획한 리스트를 모두 달성했다. 그는 바닷가에 가고 싶지 않아 했지만 억지로 끌고 갔고, 가만히 바다를 보고 앉아 물수제비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즐겼다. 우리는 이 여행을 계기로는 헤어지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 같았다.



#5. 안녕, 내 사랑.


2년 전 서로를 6개월만큼 알던 때와 지금, 우리는 제법 많이 달라졌다. 숨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목소리나 말투 하나로 서로의 기분을 알 수 있고, 함께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느낌이 든다. 무엇도 두렵지가 않다.


민익씨는 내가 우리의 관계 속에서 원하는 것이 생기면 항상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고, 나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의 진심이 전해지자, 나는 그에 대한 믿음을 쌓을 수 있었고, 우리가 서로 많이 다름으로 인해서 오는 관계의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민익씨와의 연애는 나에게 국적, 문화, 나이, 생김새가 달라도, 그저 내가 알던 그 사랑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와 맨해튼 첼시마켓 근처에 있는 삼성몰에 갔던 기억이 난다. 삼성몰에서는 VR부터 이모티콘 만들기, 스마트 홈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중에 터치 펜으로 일정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면, 상대가 맞은편 스크린에서 그림을 볼 수 있는 체험이 있었다. 민익씨는 내 얼굴을 그려주었다. 아주 예쁘게 그려주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그린 그림이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가 그린 내 초상화를 보면서 말했다.


“아주 좋은 남자 친구네요. 꼭 잡아요!!!”


사실 앞서서 내가 먼저 민익씨 초상화를 그려줬다. 하지만 그가 좋은 남자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헤어지고 싶지 않다.


떠나기 전날까지 그를 부둥켜안고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며 엉엉 울었다. 비자 승인이 거절된 작년 11월부터 우리는 헤어짐이 아쉬워 흘린 눈물에 잔뜩 절었다. 지금부터라도 추억을 많이 쌓아두자며 축축한 몸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장거리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믿어왔기에, 내가 이 곳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앞으로 영원히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힘들겠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 헤어지자는 말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우리가 처음 헤어질 때와 같은 물음을 던졌다.


“정말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내 모호한 대답을 끝으로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며칠 후 그가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준비 잘해서 한국에 살러 갈게.”



떠나는 날 그가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다.


나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지독하리만큼 단 한 방울도 울지 않았다. 민익씨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를 때에도 그를 다독였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와 당분간은 마지막이 될 포옹을 했다.



“우리 다시 만날 거잖아.”




그렇게 우리는 잠시 헤어지기로 했다.











민익씨는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 교사 자격증을 따고, 한국어를 배우고, 이력서를 쓰고, 헤드헌터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진짜 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아직은 오지 않았으니까요^^), 어쨌든 저를 위해 이 먼 나라까지 오겠다고 노력해주는 남자가 있어 행복합니다. 온갖 장거리 연인이 할 수 있는 데이트를 총동원해서 최대한 이 상황을 즐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후속 편으로 우리의 장거리 데이트, 그리고 민익씨의 한국 체험 스토리까지 써 보고 싶네요. 그동안 저희를 응원해주시고 예쁘게 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국제 연애를 하는 커플 모두 응원합니다.(하트하트)



































데헷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