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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빈 Oct 06. 2024

명품 와인의 운명, 시간을 내 편으로

#장기 숙성의 조건 #적절한 음용 시기  

우리 집에 있는 와인, 오래 두면 더 맛있고 가치가 높아질까 


좋은 와인은 대부분 숙성 기간도 길고 가격도 높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와인의 가치가 저절로 올라가는 건 아니었어요. 언어유희 같기도 한 이 말의 의미를 알아봅니다.


와인에 따라 마시기 좋은 시기가 있다


맛있게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니 와인별로 적정 음용 시기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화이트와인은 3년 이내, 레드와인은 5년 이내로 드시는 게 좋아요. 해마다 출시일을 전 세계가 기다리는 보졸레 누보는 사자마자 바로 드세요. 매년 11월을 기념한다면서 빈티지별로 수집하는 건 권하지 않아요. 라벨만 분리 보관해서 추억하고 기념하는 게 좋겠어요. 


생각보다 음용 시기가 짧은 이유는


대부분의 와인은 오래 보관하면 신선한 과일 캐릭터가 사라집니다. 변질되지는 않더라도 아로마와 부케가 중요한 와인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지는 거예요. 정체성이 없어진다고 할까요.


지금부터는 숙성 기간과 음용 시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게요.


와인의 대부분, 숫자로 말하면 90% 이상은 바로 마셨을 때 가장 맛있습니다. 와이너리에서 적정한 숙성을 마친 후에 세상에 나오죠. 출시와 동시에 품질이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더라도 향상되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고구마, 마늘 같은 신선 식품과 비슷해요. 온도와 습도를 맞춰서 잘 보관하면 다음 해 새로 수확할 때까지 먹을 수 있지만 상태가 더 좋아지지는 않잖아요. 고구마는 수확 후 '며칠' 두면 더 달콤해지니 이 기간은 기다려주세요. 명절 선물로 들어온 사과, 배도 잘 보관하면 몇 주는 버티지만 그래도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특히 로제 와인과 누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은 6개월을 넘기지 않도록 하세요.


나머지 10% 미만의 와인은 5년 후에 맛이 완성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풍미로 거듭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해요. 레드와인이나 디저트 와인이 해당되는데 그 이유를 가늠하실 수 있을 거예요. 맞아요. 높은 탄닌 함량과 당분이 방부제 역할을 해주거든요. 이 정도면 고급 와인, 명품 와인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렇다면 빈티지가 30년, 50년 되면서 경매에서 엄청난 금액으로 거래되는 와인은 어디에 속하느냐, 이렇게 10년 후에야 가치가 드러나도록 만들어진 와인은 전체의 1%도 안 됩니다 그 시간을 버티려면 상당히 높은 탄닌 함량을 가져야 하는데 이런 경우 어릴 때에는 맛이 별로 안 좋거든요. 충분한 시간을 견디고 난 후에야 비로소 부드럽고 깊어지면서 수집가들이 모으는 와인이 됩니다.


시간이 만들어준 와인의 풍부하고 독특한 향은 페놀, 에스테르 같은 성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이런 요소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매력이 나타날 수 없어요. 오히려 처음에 가졌던 강렬함을 잃고 시들해지죠. 산화의 거센 공격을 감당할 높은 탄닌과 산도가 부족해도 와인이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오래된다고 다 명품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정해져 있었던 거죠. 


명품 와인의 정해진 운명을 말하다 보니 신동으로 태어난 예술가들이 떠오르네요. 요요마의 따뜻한 얼굴을 보면 70년 가까운 삶을 지내온 그의 기품과 진심이 느껴집니다. 어느덧 불혹을 넘긴 천재 소녀 장한나가 앞으로 만들어갈 시간의 향기는 얼마나 더 매력적 일지,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첼로는 잘 알고 있겠지요. 




신동 첼리스트의 어린 시절을 보고 난 후에, 지휘자 장한나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보고 들으면 복합적인 감동이 더합니다. 긴장을 놓지 못하고 사로잡혔다가 앙코르 두 번째 곡,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덕분에 감정을 정리하게 되는 완벽한 공연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iwkBFR6rW0

7-Year-Old Cellist Prodigy Yo-Yo Ma's Debut Performance for President JFK | The Kennedy Center



https://www.youtube.com/watch?v=cne4v9z3kY4

12-yr old Han-Na Chang's Debut Album: Behind the Scenes (1995)


https://www.youtube.com/watch?v=x5aF55N4tLA

Han-Na Chang conducts Beethoven Symphony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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