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서 5년 간의 영업, 그리고 4년 간의 마케팅 경험을 글로 담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용기 내어 시작합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내 마케팅은 해당 국가의 제품 또는 사업부를 대표하며 본사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중요한 채널이자 국내 시장에서는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략 방향을 수립하며 그 방향성에 맞춰 영업팀과 협력하여 고객에게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고, 한편으로는 모든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수많은 유관 부서들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간호사 그리고 병원 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이 고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안정을 추구하며, 보수적일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에 한치의 양보가 없으며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더 나은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찾고자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자의 수술이나 치료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맡고 있는 제품은 환자의 생명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곧 우리의 고객인 의사와 간호사가 온전히 환자의 케어에 집중하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 수립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우선 오늘은 헬스케어 내 마케팅 전략 수립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마케팅 전략은 SWOT 분석과 STP 전략을 통해 4P 를 수립하며 고객들에게 제품의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환경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는 다르게 더욱 생동감 있게 변화하는 곳이라 이러한 프레임에 맞춰 분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헬스케어 내 마케팅 전략은 비즈니스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비즈니스 목적은 단순히 '2020년도에 매출 얼마를 달성하겠다'라는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내가 맡은 제품, 사업부의 핵심 가치와 고객에 대한 정의 및 분석에서 시작한다.
1. 비즈니스의 목적 설정
1) 우리 제품, 사업부의 핵심 가치와 강점은 무엇인가?
2) 우리의 고객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우리의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며 얻는 효용은 무엇이고 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3)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목표는 무엇인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핵심 가치와 강점은 고객들이 경험하는 효용과 연관성이 있어야 하며 고객들이 기대하는 바는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는 구체적인 기간과 명확한 수치로 표현되어야 한다.
내가 속한 사업부는 '감염 관리, 감염 예방을 통한 환자의 생명 보호'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으며 강점은 '기구로 인한 환자 간 교차 감염을 예방하는 혁신적인 솔루션' 이다. 이러한 우리 제품을 통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의 감염 위험률을 줄이는 효용을 얻을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빈번해지는 펜데믹이나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발전된 기술의 제품과 서비스를 기대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되어 2020년 1,000억 매출 달성 (전년 대비 10% 성장)이 우리가 달성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다.
이후 우리의 비즈니스 목적이 분명해진다면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서 결정된 방향성이 마케팅 리소스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된다.
2. 마케팅 전략 수립
1) 현 고객들을 유지하며 '사용량을 증대'시킬 것인가?
2) 경쟁 제품과 우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을 '완전한 우리편'으로 만들 것인가?
3) 경쟁 제품만 사용하는 고객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 것인가?
4)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갈 것인가?
여기에서 우선순위는 각 마켓 별 사이즈와 가능성을 계산하며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위의 순서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주로 사용량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국제기관들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루에 한 번 사용하는 것보다 매번 사용하는 것이 감염 예방을 더욱 철저히 준수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안내를 하며 사용량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한다. (헬스케어에서는 무엇보다 근거를 기반으로 객관적이고 명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카더라'는 절대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객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고객들이 제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교육과 누구나 보기 쉬운 제품 사용법 안내, 제품 관리 및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대한 자료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경쟁 제품과 우리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완전한 우리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 제품의 안 좋은 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우리 제품의 강점 전달을 기본으로 한다. 두 제품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는 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선호일 수도 있으며 두 제품의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 등의 혜택을 모두 받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우리 제품과 경쟁사 제품 간의 케이스 스터디가 있다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제품의 '정확도'나 '안전성'의 강점을 강조하거나, 케이스 스터디를 함께 진행하거나 제품에 대한 자문을 받거나 우리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사례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완전한 우리 편으로 만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경쟁 제품만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앞의 두 가지 전략보다는 더욱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경쟁 제품에서 리콜이나 공급 지연 등이 발생하면 쉬울 수 있으나 이런 요행을 바라면 절대 경쟁 고객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없다. 무엇보다 영업팀에 이런 고객들에게도 지속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 제품에 대한 '말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제품 출시나, 기존 제품의 기능 추가나 업계에서의 중요한 소식, 다른 나라에서 업데이트된 내용이나 제품 사용의 성공 사례 등을 스토리텔링하며 이를 전달하기 쉬운 리플렛, 브로셔, 또는 디지털화된 문서나 이러한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는 교육 자리를 만들어 영업 팀이 지속적으로 경쟁 고객까지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무기를 쥐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것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위험을 기꺼이 부담해야 하며 마케터로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점유율이 포화 상태라면 더욱더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과에 한계를 두지 않고 제품의 시장 패러다임을 바꿔가야 하는 일이며 이는 간혹 이해관계가 부합하는 다른 경쟁사들과 협력을 하며 진행할 수도 있다. 이는 병원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고 헬스케어 생태계 전체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하며 각종 규제 및 수가 체계 등과 얽매어있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의 방향성을 수립했다면 이제 그 방향을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키는 단계로 이어진다.
To be continued..
다음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상으로 생각하는 전략 방향을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