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시인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허수경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 해가 빠지고 바람같이 장난같이 시시덕거리며 세월도 빠졌습니다
산들은 활처럼 둥글게 사라져버리고 이 실개천 꽃 다홍 주름이 어둠을 다림질하며
저만치 저만치 가버릴 때 바닥에서 스며드는 먹물, 저녁 해는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동생들이 누이를 가엾어 하는 상처의 실개천엔
누이들이 지는 해처럼 빠지는
내 상처의 실개천엔
세월도 물에 빠져나오지 않고
- 허수경시집 ‘혼자 가는 먼 집’ / 문학과지성사
상처는 다 지난 일
옛날 옛적에 쫑 났으니
영영 다시 못 갈 길이라고
묻어 두고
삭혀 두고
잊어 두면
우리 다시 어이 만나리 했다.
몰랐다
그 상처란 놈
나보다 급하고
세월보다도 빨라
앞 길 훤히 내다 보며
고비고비
구비구비
메롱메롱 나타날 줄..
#한줄요약# 실개천 우습게 보지 마랏! 저녁해도 빠뜨린다고#
p.s.: 사진 위는 시인의 시와 글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