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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Oct 04. 2018

허수경시인을 기리며

혼자 가는 먼 집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
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
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
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
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
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혼자 가는 먼 집으로 
떠난 시인께 꽃 다발을..

집으로 돌아 가는 어스름 저녁이면
울타리를 대신하는 덤불들 사이로
짙어지는 향내를 풍기던 하얗고 잔잔한 꽃


눈을 감으면,
긴 머리카락처럼 고향의 대밭들이 넘실거리고,
그 울타리마다 진을 치던 꽃들은 
뽀얗게 쌀뜨물을 쏟아내며
냄새를 폴폴 풍겼다는 거

안녕
허수경 시인님


그곳에선 너무 치열하게 살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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