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Oct 23. 2018

연애

장석주시인

연애                                      장석주


최근 연애는 찬밥과 슬픔으로 부양되었다.
연애도 이별도 섣불리 하지 마라.
당신은 연애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새벽 양변기에 오줌발 소리,
조간신문 문앞에 던지고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부엌 국솥에서 미역국 끓는 소리,
한낮 후박나무에서 까마귀 우짖는 소리…….
우리의 감정생활이 익어간다.
앞치마를 두른 당신이 팥죽 끓이는 가을 아침,
당신이 기르는 감정의 사치에
나는 울컥했다. 도라지꽃 피고 지는 동안 당신은
슬픔을 씻기려고 욕조에 온수를 받았다

연애는 연기 한 오라기 오르지 않는
굴뚝만큼도 숭고하지 않으나 고른 숨결이다.
당신은 자두가 익는 날씨에 감탄했다.
검정은 검정대로 검고 흰 것은 흰 것대로 희었다.
버드나무 잎과 작은 종달새들의 수런거림,
당신 정수리에 미모와 구운 빵 조각을 씹는
이 뿌듯한 날은 왜 이다지도 눈이 부신가?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슬픈 시절은
끝내 오지 않았으나 우리 입술은 키스라는
노획물을 나눴다. 엽기와 잔혹극으로 계절이 망가질 때
언덕 위 텃밭에서 도라지 새싹이 돋아났다.
착한 소년의 생활 같은 텃밭의 도라지 새싹이
우리 무죄를 증명할 테다. 서교동 생활에
필요한 것은 담요와 갓 구운 빵과 생수들,
이제 어린 불행을 돌볼 시간들이다!
사랑은 오건만 그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은 자꾸 옛날 얼굴로 돌아왔다


                                              -장석주 외, '시와표현' 6월호




가을로 가는 길에 피는 것은

꽃이라도 쓸쓸하다


연애에 쥐약이던 날들 돌아 보니,

연애만 그랬더냐 라는 돌멩이가..


사람과 관계한 일은

사기반 공기반으로만 기름지고


거기다,

사랑이 보태지면,


풍전등화

등화관제

관제데모

박사모꼴

쿨럭쿨럭




#한줄요약# 시는 어렵지 않으나,연애는 어렵더라#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의 실개천엔 저녁해가 빠지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