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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Oct 27. 2018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

황지우시인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의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 황지우, <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 문학과지성사


늦은 밤
한 대목의 싯구를 들고
팔이쿡 자유게시판에 어떤 분이 찾으시던 시


제목마저 너무한
뼈 아픈 후회
뼈 때리는 시


그러나, 어쩌랴
사는 건
오고 가는 실패속에
커져 가는 폐허를
가꾸고 또, 가꾸는 것


지른 불도 또, 지르고
엎지른 물 또, 엎지르고
미끄러진 데 또 ,자빠지며
오지고 지린..
지리다 오진..


그래도,
꽃은 피어 나더라
쓰레기통에 피어도 꽃은 꽃


#한줄요약#사랑하지 않아도 어차피 폐허인것을요#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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