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Nov 21. 2018

허수경,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시인의 49제 즈음

불취불귀「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해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안을 수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몸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기억만 없다
 

                                                                                        - 『혼자가는 먼 집』(문학과 지성사,1992)


오래된 벚꽃나무가

가을에도 이리 이뿔 줄이야


미인불패..라더니

봄에는 꽃으로

혹은, 봄 그늘로

혹은, 봄 그늘 아래 술자리로

마음 와르르 무너지기 딱 좋은 생김새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이 없다니..

다만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이 없다니..


시인 또한 불패

사랑으로

사랑의 봄으로

혹은, 사랑의 봄 그늘로도

혹은, 사랑의 봄 그늘 아래 이별로도

마음 와르르 무너지는 가을햇살 아래 

어느 시인의 49제 시로도

딱 좋은 고백이다






*허수경시인의 49제가 요근방이었습니다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