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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Dec 19. 2018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마음에 비린내가 폴폴 풍기고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 보렴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2009)   

이 시를 읽으면


비린내 폴폴 풍기며 

해질녁 돌아 온 고양이가 

나 같다가,


무엇이든 고프다고 

손을 햝아대는 고양이를 위해

주섬주섬 찾아대는 사람이 

나 같기도 하다가,


아무 것도 없어 

내 놓은 깨끗하게 씻은 둥근 접시가

바로 난가?


하다하다 

달이 솟아 오른 창가도 

설마 나?


짧디 짧은 몇 구절

읽을 수록 헷갈림은 깊어 간다


나였던 고양이가 자식새끼가 되기도 

주섬주섬 아줌은 우리 엄니가 되기도

아무 것도 없는 희고 둥근 건 젠장 인생이..


그러니, 

이 시는 명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는 거까진 좋은데

그거 니 꼬리란다 

나비야




* 그림 위는 시인의 시

* 그림 아래는 쑥언늬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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