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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Feb 05. 2019

설날맞이 나의 사주이야기

키친토크

그러니까 그것은 어느 날 우연히 맞닥뜨린 한 도표였다.


나는 소시적에 다른 건 몰라도, 호연지기는 쪼금 했고,

호연지기가 쪼끔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듯이 

운명이니, 사주니, 인연이니..개뿔.. 다 코웃음을 쳤고,

예배당도, 절간도, 수녀님도 내겐 도를 아십니까의 아류작과 별 다름이 없었다.

됐고!! ..로 정리해버리는 애띠튜뜨랄까


그런 나를 당할 장사인 세월이 

호연지기만으로 세상이 호연호연 살아지지 않고, 

칼있으면 뭐해? 메롱! 썰 수 없는 게 있지(ex.자식들)

무쏘의 뿔처럼 혼자 가다가, 생각해 보아? 이딴 뿔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고,

뭐 이런저런 깨달음을 굳이 삐꾸야~문제는 너야!라고 알켜주고 가더라고.


그렇겄지..

사람이 살다보면, 도에 대해 알 수도 있겠지.

운명같은, 운명 안같은, 운명적 운명도 있고,

인연같은, 개떡 같은, 그지 발싸개적 이년적 인연도 있겠지.


그러나, 그래도 나는 절대로 미모따위에 반해서 무당언니에게 전화걸어 혼찌검이 나거나,

하다못해, 사주 쫌 아는 뇐네한테도 내 생년월일시를 발설하지 않았다.

내 돈은 소듕하니까!



그런 나를 알듯이, 어떤 고아한 글을 쓰는 온라인 언늬 하나가 게시판에

명리학을 데이타베이스로 해서, 풀이는 빼고, 뭐라뭐라 분석하여 한자로만 적힌 도표를 링크한 걸 발견했다.

공짜이니, 나는 양잿물도 아닌 것을 마셨고, 

한자였으니, 나는 구글을 돌렸고, 

모르는 뭔가뭔가 전문 용어가 많았고, 

그 문자들의 뜻을 알고 싶어, 또 구글 돌림 들어가고..

뭐.요딴식으로 나는 내 사주를 해독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깜놀랬다.


와아~ 대박~

헐~내 사주가 이리 좋았다니!!!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낼 모레가 오십인데, 이걸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어이상실.


아~인생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정녕 비극인거니?

어쩐지 처녀적 선 본 남정네 엄마들이 궁합만 보면, 환장을 하더니..

내 이미 해버린 결혼에, 남푠에..벌써 낳아 버린 아이들은 어쩔 것이며, 

애저녁에 시마이 해버린 공부와 이미 걸어 버린 숱한 길들은 어쩌란 말인지.


그러다, 뻐뜩 정신이 들었고, 

이미 많이 묵어서, 벌써 결판 났다고 생각되는 내 사주팔자를 향해 한방 멕이기로 했다

웨잇 어 미닛!! 

나 호연지기 아줌이야!

딱 보자, 문창살있다켔다..글재주 있다는 뜻이라매..함 봐바, 내 쓴다. 

그리곤, 쓰기 시작했다. 

라면 한사발 끓인거 들고 와서 키친토크에도 동네방네 허접살림자랑하고.

방탄 노래 한곡 듣고도, 막귀의 충격을 써 졌꼈으며, 

어쩌다 시 하나 읽으면, 시집 통채 몇권 읽어 그 시인과 야자 트는 것처럼 썼다지.


또 보니, 천을귀인..오케바리, 내 지른다. 말리지 말고 단디해라, 딱 위급할 때 전화위복된다켔다. 

암록..캬아~ 좋다. 곤궁할때 필요할 때, 돈 딱 생긴단다. 

진즉 알았으면, 내 뒤를 보지 않고, 전진만 하였을 것을..


박민규 작가가 말하지 않았뉘?

그것은 자판기 커피 한잔을 다 마시고 발견한, 종이컵 바닥의 설탕 같았다고..

이리 달콤한 것이 밑에 깔린 줄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천천히 인생을 음미했을텐데 말여. 

딱 내 마음이 그 마음이였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달라지는 건 물론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가 듁을 내가 아니다

난 호연지기아줌이니까..

난 2년따위로 승부 봤다고 안달복달 할 속 좁은 여인아님돠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매주 가는 우리 애덜 운동시키는 곳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보게되는 맴씨 좋아 뵈는 애기엄마가 있었다.

그 애기엄마는 나보다 상당히 어린데, 나의 8년전 버젼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맞다. 그녀도 아들이 셋. 다들 고만고만..

연거푼 출산으로 머리숱은 하염없이 빠지고, 또 나며, 

남편은 자리를 아직 못 잡아 늘 바쁘고, 

홀로 육아로 인한 만성 수면부족에 비몽사몽

아이들은 다들 껌딱지라, 

막내를 안고 변기위에 앉아 볼 일을 보면, 

둘째는 기어 들어와 다리를 붙잡고, 

큰 애는 문가에서 토마스기차로 화장실문을 두들기는 그런 너희들은 내 운명?같은 상황


말 해 뭐혀...나는 우리 애들의 몸이 키워 나간 옷가지며, 나마저도 몸을 키워 나간 내 옷가지며,

각종 기저귀, 장난감, 책, 쓸만한 걸로만 모아서 앵기는 걸로 내 짠한 마음을 전했다.


다행히, 그 애기엄마는 마음도 고왔고, 뭐랄까 애띠뜌뜨가 좋아서, 

주는 사람 마음 좋게 환한 표정으로 받고, 애기아빠편에 보내도, 나중에 인사를 꼭 전하고..

또 어떤 날은 날이 좋아서, 날이 궂어서, 날이 적당해서 사왔노라고, 맥도날드 커피한잔을

딱 내 스타일로 가져다주곤 하였다.


친해졌으니, 영업이나 들어갈까 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생년월일을 물었고,

그녀는 내게 알려줬고..

우린 미모에 반해 전화질을 했다간 혼나는 무당언니말고 그 도표를 폰으로 찾았고,

그녀의 사주를 알아 냈고..

거기까지 좋았는데..

그 사주를 보는 순간 나는 또 깜놀했으니..


그녀의 사주가 아조 나랑 비슷했던 것이었다

이 도표는 한 가지 버젼밖에 없는 거니?

급 신뢰도 급강하강이야ㅠㅠ

믿음도 가졌던 놈이 가지고, 부적도 써 본 놈이 써 보는겨?

이~씨~

문창살, 암록, 천을귀인..염병, 아들셋이면 다 이거니? 이건희?


그녀가 딱한 처지도 아니고, 

내가 딱히 그녀를 어렵게 본 것도 아닌데, 뭐랄까..이 속은 기분은 뭘까 말이다.


그러다, 그러다 말이다 

알게 되었다.

그녀에게 내가 준 기저귀 박스들이 다 암록이었음을..

또한, 내가 지나 온 무수한 길

그 모퉁이마다 사람들이 던져줬던 수북한 박스들의 존재를..

나는 왜 복을..크고 뒤집어지게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로또가 일등이 되고, 코인이 폭락하기전에 백배벌고 나오고..마구 그런 것만 생각했을까


그녀가 내게 커피 한잔과 같이 준, 고운 표현들은 문창살

그녀의 고운 마음이 불러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천을귀인


맞았다.

사주는 맞는 것이었다.

허나, 굳이 볼 필요도 없이, 살아 왔던 대로 쭈욱 살아도 무방한 것이었다.


나는 호연지기츠자에서 호연지기아줌으로,

호연지기아줌에서 호연지기할멈으로..

자극이 무엇이었든.. 

다시 호연지기를 뿜뿜하는 연료로 태우며, 

늘 그래왔던 것 처럼, 또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넌.. 황금돼지냐? 나..호연지기야! 하며 말이다

옛날에 병신년이 있었어, 많이 추웠었디

촛불들고 나가 총맞아 뒈질뻔도 했었디

그런데, 내가 또 우리가 누구요?


세상 일이 버거워, 당 떨어지면, 

달달구리 처묵하고 힘들 내면 그만인 것을


그것이 무엇이었든

살아 온 그 길

어찌 한번 잘 해보겠다며 냅다 달렸던 그 길

내 최선은 나만 알면 되어!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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