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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Feb 14. 2019

읽고 싶은 책과 잡설

서준식의 옥중서한

도서관 책을 빌려다 읽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같은 책을 집어 들은 비슷한 취향의 이전의 사람이

드물게 접어 놓은 책갈피의 글귀가  로또 같은 횡재로 내게 굴러오는 것이다.



부모는 다 큰 자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마련이다.

책을 펴 놓고 마주 앉아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잡담을 나누면서, 자식이 즐겨 보는 비교적 저속하지 않고 유익한 TV프로를 함께 보면서, 자식의 고상한 옷차림에서, 자식이 흥얼거리는 아름다운 노랫가락에서, 자식의 행동거지나 표정이나 심지어는 눈빛에서까지도 부모는 자식으로부터 배운다.

부모로부터 배우기만 하고 부모에게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식은 불효자식이다.
훌륭한 인격에서 배어 나오는 향기를 몸에 휘감지 못하고, 지성의 아름다움도 없이, 전자제품 이야기, 레저 바캉스 이야기, 프로야구 이야기,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수 이야기, 시시껄렁한 일상생활의 이야기밖에 못하는 자식으로부터 평생 동안 먹고사는 일에 시달려온 부모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부모가 험하게 늙어 가는 데는 자식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황인숙 시인의 산문이 궁금해서,

그녀의 인숙만필을 읽다가,

시인이 베껴 쓴 '서준식의 옥중서한'의 글귀에 눙물이..


감옥에 갇힌 17년. 글을 쓸 기회라는 한 달에 세 번만 허락되던 편지 쓰기에 쓴 글


헤아릴 수 없이 마구 쏟아지던 그 거친 깨달음들도 그것을 붙잡아두는  아무런 수단(필기도구) 없이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 저의 가슴속에서 타버리고 재가 되어 사그라지고 식어 흩어져 사라졌습니다.


황인숙 시인은 서준식의 옥중서한이 뜨겁고 서늘하고 때로는 아린 맛에 홀린다며,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송구했다는 데..


여린 시인과 달린 억센 나는 욕이 방언 터질 듯하여,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종이와 연필을 주면, 혁명이라도 할까 두려웠던 건지.

옥중에 있는 일개 지식인에게 주어진 종이와 연필로 일어난 혁명에

뒤집어질 허약한 정부면 군말 없이 짜져 있던지.


갸륵한  눈으로 옛날을 육칠십 년대를 호시절 생각하듯 추억하는 어르신들께 묻곤 한다.

그리워하는 것이 그들의 청춘인지, 그 당시의 시대상인지를 말이다.

대부분 퍼뜩 놀라면서, 내 정치성향이나 가늠하러 드시곤 하는데..


그러다, 다시 맨 위의 글을 만난다.

부모만 자식을 방치하랴.

젊어 기운 좋은 자식들도 부모를 방치한다.


좋은 영화, 좋은 연극, 좋은 이벤트 등등에 전화 이리저리 돌려, 바쁜 친구 불러 세워, 보러 가기만 했지.

어둑 컴컴한 방에 우두커니 영혼 없이 앉아 계시는 부모를 모시고 가는 풍경이 흔한가 말이다.

이제는 모두 참말로 지루하게 오래 살 텐데 말이다.




*본디 쓰려던 글은 이 글이 아니었는데, 손가락이 이리 흘렀다

*블로그 비공개로 글 따옴표 옮겨 놓고, 길게 쓰려고 했는데, 요사이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복사하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브런치에다 처음 글을 올리는 방향으로 튼다. 브런치의 잘 정돈된 향기 높은 글에게는 죄송

#네이버_넘_그러지 마라#너희는_밉상이야#

*나중에 다른 버전으로 완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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