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사라지는 것들에게 이름표를 붙인다
모르는 것
임지은
이 작고 주름진 것을 뭐라 부를까?
가스 불에 올려놓은 국이 흘러넘쳐 엄마를 만들었다
나는 점점 희미해지는 것들의
목소리를 만져보려고 손끝이 예민해진다
잠든 밤의 얼굴을 눌러본다
볼은 상처 밑에 부드럽게 존재하고
문은 바깥을 향해 길어진다
엄마가 흐릿해지고 있다
자꾸만 사라지는 것들에게 이름표를 붙인다
미움은 살살 문지르는 것
칫솔은 관계가 다 벌어지는 것
일요일은 가능한 헐렁해지는 것
비에 젖은 현관을 닦은 수건은 나와 가깝고
불 꺼진 방의 전등은 엄마와 가깝다
오래된 얼룩을 닦는다
엄마 비슷한 것이 지워진다
나는 리모컨을 시금치 옆에서 발견한다
쓰다 만 로션들이 서랍 속에 가득하다
며칠째 같은 옷을 입고 텔레비젼을 켠다
채널을 바꾸려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엄마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다
엄마를 방 안에 넣고 다음 날까지 잊어 버린다
-임지은, '무구함과 소보로' 문학과 지성사, 2019
밤새
토해 놓은
토사물을 쪼아 먹는
통통한 비둘기를 본다
누군가
토해 놓은 슬픔을 쪼아 먹는
통통한 나같다는 생각
발 따윈
담구지도 않으리라
저어 멀리서
어머 어째..하며
해맑게
날마다
그리고 영원히
그 의미를 모르고 말리라
오늘도 다짐해 본다
* 사진은 쑥언늬가 좋아하는 때죽나무
* 사진 중간은 시인의 시, 맨 밑의 글은 쑥언늬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