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쑥과마눌 Jun 10. 2019

이제니, 밤의 공벌레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하자고

밤의 공벌레  


                                            이제니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 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 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지금이 몇 시일까.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 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창비, 아마도 아프리카  



초딩2년 막내가 그려온 그림 한장이 마음에 들었다


울프를 좋아해서 울프를 그렸고

석양이라 주황색으로 칠했고,

햇님은 지금 지는 중이라,  울프의 배 밑에 있고,

눈에 상처는 지난 번 타이거랑 다이다이 뜨다가 할큄을 당했고..


묻고 또 물으며, 

만족해 헤벌쭉하는 나에게

자기도 물어 볼 것이 있단다.


왜 그리 질문이 많으냔다


진심 궁금해 하는 얼굴은 덤


너무 온 힘을 다해 살아서 그렇다고...

꽃이 지는 걸 보고도 여적 정신을 못 차려 그런다고..


부끄러웠다 

* 맨 위는 시인의 시

* 그 아래는 쑥언늬 사설. 사진 그리고 막내의 그림

매거진의 이전글 임지은, 모르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