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시인, 환청
환청
박연준
새벽에 양배추를 데치며
뜨거운 물에 몸 푸는 식물을 관찰한다
식물은 비명이 없어서 좋다
색이 변하는 순간조차 고요하다
기다리는 일은
허공을 손톱으로 조심조심 긁는 일
어디까지 파였는지
상처가 깊은지
가늠할 수도 없이
이상하다
밤마다 휘어진 척추부터 꼼꼼히 흔들리는
누군가의 숨죽인 흐느낌이 들린다
오래 망설이는 사이
귀가 파래진다
- 문학동네,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말이 시처럼 들렸다
저기요.
댁의 문제는 서정시가 아닌 거..ㅠㅠㅠ
그러던 아침
이웃의 차를 보고 심봤다지
저기에 매달려..오빠 달려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언덕배기 넘어 오는 세월과
전적으로 눈물 아닌 빗물을
적당히 어찌 섞으면
떠 오르는 사람 없어 그리울 거 하나 없는 석양과
받은 적 없어 헤아릴 길 없는 상처로
길은 길로만
바람은 바람으로만
그렇게 느껴
오빠 달려 할 수 있는데
* 시인의 시와 쑥언늬 사설&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