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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Jun 16. 2019

식물은 비명이 없어서 좋다

박연준시인, 환청

환청 

                                 박연준


새벽에 양배추를 데치며

뜨거운 물에 몸 푸는 식물을 관찰한다

식물은 비명이 없어서 좋다

색이 변하는 순간조차 고요하다


기다리는 일은

허공을 손톱으로 조심조심 긁는 일

어디까지 파였는지

상처가 깊은지

가늠할 수도 없이


이상하다

밤마다 휘어진 척추부터 꼼꼼히 흔들리는

누군가의 숨죽인 흐느낌이 들린다


오래 망설이는 사이

귀가 파래진다 


                              - 문학동네,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말이 시처럼 들렸다


저기요.

댁의 문제는 서정시가 아닌 거..ㅠㅠㅠ


그러던 아침 

이웃의 차를 보고 심봤다지


저기에 매달려..오빠 달려

진짜 잘 할 수 있는데


언덕배기 넘어 오는 세월과

전적으로 눈물 아닌 빗물을 

적당히 어찌 섞으면

떠 오르는 사람 없어 그리울 거 하나 없는 석양과

받은 적 없어 헤아릴 길 없는 상처로


길은 길로만

바람은 바람으로만


그렇게 느껴

오빠 달려 할 수 있는데




* 시인의 시와 쑥언늬 사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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