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난로
박서영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꽃나무 한 그루가 불타고 있다
눈을 감은 채로 불꽃같은 꽃에게 다가가
손을 쬔다,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간 것들은
먼 곳으로 이사 가듯 주소도 바뀐다
견디면서 멀어지는 일과
멀어지면서 부서지는 일들이 녹아 흘러내렸다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말은 옛말인데
나는 나무처럼 두 다리를 쭈욱 펴본다
잠들 때마다 이불이 무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잠들 때마다 불씨가 몸을 파고 들어가
옆구리든 무릎이든 머리통이든
그 어디에서건 꽃이 핀다
나무는 나무에게 다가가 심장을 쬔다
입술이 입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듯 열렸다가 닫힌다
- 문학동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자려고 누으면
침대가 점점 좁아져서
관이 따로 있나,
내 누운 자리가 관짝이지 싶었던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얼 했었나
시차가 다르니
벌건 대낮 한창의 일상 속 동생놈한테
전화를 걸었던가
수화기 저편
우르르 쏟아 내리는
생활소리가 좋았다
잠이 안 오다고?
야한 생각을 해!
내 화일 몇개 보내주랴?
눈물 겨운 남매애
따땃한 전화기를 안고
이 누난 잠들 수 있었지
난로같은 화상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위안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쑥언늬네 이웃 화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