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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쑥과마눌 May 14. 2019

박서영, 난로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난로


                                             박서영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꽃나무 한 그루가 불타고 있다

눈을 감은 채로 불꽃같은 꽃에게 다가가


손을 쬔다,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간 것들은

먼 곳으로 이사 가듯 주소도 바뀐다


견디면서 멀어지는 일과 

멀어지면서 부서지는 일들이 녹아 흘러내렸다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말은 옛말인데


나는 나무처럼 두 다리를 쭈욱 펴본다

잠들 때마다 이불이 무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잠들 때마다 불씨가 몸을 파고 들어가

옆구리든 무릎이든 머리통이든

그 어디에서건 꽃이 핀다


나무는 나무에게 다가가 심장을 쬔다

입술이 입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듯 열렸다가 닫힌다


                                                 - 문학동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자려고 누으면 

침대가 점점 좁아져서

관이 따로 있나,

내 누운 자리가 관짝이지 싶었던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얼 했었나


시차가 다르니

벌건 대낮 한창의 일상 속 동생놈한테 

전화를 걸었던가


수화기 저편

우르르 쏟아 내리는 

생활소리가 좋았다


잠이 안 오다고?

야한 생각을 해! 

내 화일 몇개 보내주랴?


눈물 겨운 남매애

따땃한 전화기를 안고

이 누난 잠들 수 있었지 


난로같은 화상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위안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쑥언늬네 이웃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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