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를 듣다가
IF YOU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승리의 목소리가 들어 있어, 다시 듣기가 거슬렸다.
나는 빅뱅이 한창 인기 있을 때에도
노래를 아주 잘하고, 끼가 충만해 보이는데도
승리가 불편했다.
날라리의 팬은 내 기꺼이 될 수 있으나,
양아치의 들러리가 되는 느낌은 싫은데,
섞여있어 묻어가며, 빅뱅의 노래를 듣고 좋아하는 걸로
호구잡힌 누나가 되는 느낌적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디 사람 보는 눈이 워낙 그지 같은데도
그런 내 막눈에 승리는 빅뱅의 다른 멤버들과 결이 달랐고,
그 다른 클래스를 스스로 증명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사건사고를 대하며 경찰 출두를 하던 그의 태도는 레알 지렸다.
당당하기가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잡힌 삘이랄까.
그러나, 무엇보다 내 불쾌함의 근본적 원인은
승리가 아직도 여 보란 듯이 멀쩡히 자유를 만끽하며
한국사회의 그 한가운데 세상을 당당히 즐기고 있는 점이고,
승리가 롤모델 삼고, 배우고, 카피했던 모델이 여전히 승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길가다 뺨 맞은 불쾌함으로 다 지운 빅뱅의 노래인데
우연히 방탄의 정국이 부른 버전으로 있어
승리를 지우고 다시 듣는다.
나는 정국이 방탄의 메인보컬이었던 것도 몰랐고,
저렇게 곱고 가늘게 노래를 잘하는 것도,
노래 고비 고비마다 감정처리를 잘하는 줄도 몰랐다.
예민하고, 끼와 예술혼이 넘치는 어리고 감수성 강한 소년들의 떡잎을 알아 보고,
모아 놓고, 가르치며, 훈련하는 기획사들의 안목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부디, 방시혁이 가진 인문적 소양이 방탄에게 미치는 영향이
돈만 좋아하고, 부동산 특히 좋아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쯤이야 우습게 보던,
무엇보다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양헌석이 빅뱅에게 끼쳤던 영향과 다르길 바란다.
지드래곤의 뛰어난 재능과 감성에 빠졌던, 세상에 대한 시각과 비평이
김남준 RM의 가사와 언행에 나타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노래 한곡 걸어 놓으러 나왔다가 길게 길게 쓴다.
지디만 남고, 빅뱅은 결국 흘러갔겠지
이 흥망성쇠의 소용돌이 속에 지디는 무엇을 느끼고 남길까도 궁금해진다.